“제조업 6만곳 전부 하도급 조사… 2,3차 협력사도 다 볼것”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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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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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정위 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부터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정위 청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부터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성장의 온기는 위에서 천천히 퍼지는 반면 물가 고통은 밑에서 빠르게 확산됩니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만 몰리고, 불공정거래로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사회의 가치와도 배치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반성장과 물가안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공정위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공정사회 정책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독과점 시장구조를 개선해 물가 불안 요인을 뿌리부터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지나친 ‘대기업 조이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향한 공정위의 칼은 앞으로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들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사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편법적인 재산 상속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이고 6만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하도급법 실태조사를 예고하면서 공정위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기업의 MRO 시장 진출 및 물량 몰아주기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의 MRO 시장 진출은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MRO 계열사를 지원하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거나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편법적인 재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MRO 계열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하겠다. 또 문제점이 발견된 대기업은 ‘동반성장 협약’ 이행 평가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고 현행 제도만으로 조치가 어려울 경우 제도개선 방안도 강구하겠다.”

―최근 하도급법이 개정되면서 기술유용 대기업에는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개정된 하도급법을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계획인가.

“하도급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6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하도급법 개정사항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알리는 홍보활동과 계도작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다음 달부터 6만여 전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실태조사에 들어간다. 올해는 처음으로 2, 3차 협력업체로 조사를 확대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9월에는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하도급법 위반이 적발된 20여 개 대기업에 대해서는 7월 중 징계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이 가격 결정을 할 때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물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한 공정위의 복안은 무엇인가.

“하반기에도 가공식품이나 통신비 등 가계지출의 비중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담합이 있었는지 면밀히 감시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공식품 업체들이 이른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닌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가격 인상분이 상식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현행법의 틀 내에서 볼 것이다. 또 연 1회 발표하던 국내외 가격 차 조사를 분기별로 발표해 기업 간 가격 경쟁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과 소셜커머스 등 오픈마켓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에 입점해 제품을 파는 것에 대한 상세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도록 할 것이다. 또 계약 해지와 변경을 모두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완결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전통적인 직권조사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공정위와 소비자보호협약을 체결하도록 해 협약을 이행하면 각종 조사를 면제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일부 대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야당에서는 6월 임시국회에서도 공정거래법 통과 저지를 공언하고 있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금융자회사 보유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회사가 나오면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SK증권을 보유한 SK그룹은 7월, CJ창업투자를 보유한 CJ그룹은 9월에 금융자회사 보유 유예기간이 만료된다.”

―의료·통신·관광 분야에 대한 3단계 진입 규제 방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익단체와 부처 간 갈등이 적지 않다.

“진입 규제가 완화되면 창업이 촉진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쟁 활성화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주요 연구기관 자료에 따르면 진입 규제를 10% 줄이면 일자리가 7만5000개 늘어나고 절반으로 줄이면 현재 4%대 초반인 잠재성장률이 0.5%포인트 높아진다. 이해 관계자의 집단적 반발이나 주무 부처의 소극적 대응으로 진입 규제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관계 부처들이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국제카르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이 국제카르텔에 가장 적극적인 제재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는 지난해 삼성과 LG에 모두 3건, 6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EU가 해운운임 결정과 관련해 운임동맹을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한진해운 등 국내 기업들도 조사를 받고 있다. 앞으로 EU가 국제카르텔 조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관련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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