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17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비핵화 문제에 대한 남북간 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현재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선(先)남북회담’에 합의한 만큼 조만간 회담을 공식 제의할 경우 정부가 대화에 나설 방침임을 밝힌 것이다. 북한의 제의 이후 남북은 회담 주체와 의제 등을 협의하는 실무 접촉을 가진 뒤 본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남북회담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협상 과정’으로 정의하고 북한의 실질적인 행동을 요구할 계획이다. 16일 열린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클린턴 장관의 회담에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등 사전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조치’에 대해 “러시아 측이 북한을 방문해 제안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알렉세이 보로답킨 러시아 외교차관은 지난달 11∼14일 방북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로 △핵무기 생산과 실험, 로켓 발사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시설 조사 △IAEA 조사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등을 제시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나타내야 북-미 회담이 열릴 수 있다. 남북회담은 통과의례나 아이들 뜀뛰기 놀이가 아니다”고 말해 남북회담과 북-미 대화가 연계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남북대화에서 성과가 있고 비핵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면 남북 및 북-미 회담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15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를 하나의 거치는 과정으로 생각해 한 번 했으니 다음에 북-미 대화를 하고 6자회담으로 가는 등 마치 양파껍질 까는 그런 과거 방식의 흉내만 내면 안 된다”며 “(대화의 성패는) 북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북 비핵화 회담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또는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관련국들과 함께 계속 노력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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