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분산案’ 후폭풍]신공항 영남권 이어 충청권 의원까지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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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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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효 ‘대통령 인품’거론하자 안상수 “최고위원 관둬라”

안상수 “봉숭아학당도 아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김무성 원내대표(왼쪽), 홍준표 최고위원(가운데) 등 당 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효 최고위원(오른쪽)에게 역정을 내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직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분산배치 계획을 이유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안상수 “봉숭아학당도 아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김무성 원내대표(왼쪽), 홍준표 최고위원(가운데) 등 당 지도부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성효 최고위원(오른쪽)에게 역정을 내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직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분산배치 계획을 이유로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의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분산 유치 추진이 정치권에 또 다른 쓰나미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으로 영남권을 중심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권은 7일 과학벨트의 ‘3각 벨트’ 추진 소식에 지역적으로 더욱 사분오열하는 양상이다. 동남권 신공항과 4·27 재·보궐선거 공천 논란을 거치며 내부에서 위기론이 제기됐던 한나라당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핵심 기반인 영남권에 이어 전략적 요충지인 충청권까지 흔들리면서 지역 단위의 ‘정치적 분당(分黨)’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아노미 상태에 빠진 집권여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대전시장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 인품론’까지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청권의 정치적 배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상수 대표는 “자기 지역 얘기만 하려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라”고 박 최고위원을 강도 높게 질책하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어떻게 과학벨트를 그렇게 나눠 먹기 식으로 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항의했다. 이에 안 대표는 “봉숭아학당도 아니고…”라며 핀잔을 주었고, 부산이 지역구인 김무성 원내대표 역시 “어떻게 만날 충청도만 갖고 얘기하느냐”고 면박을 줬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서 최고위원회의가 파열음을 낸 것 자체가 레임덕의 징표라는 얘기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함구령으로 공개비판은 추가로 들리지 않지만 당내 충청권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한 충청권 출신 당직자는 “지난주엔 영남권, 이번 주엔 충청권과 등을 돌리겠다는 것인가”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영남권 등 다른 지역 당직자들은 “충청권이 내년 대선에서 중요하다지만 세종시에다 다른 국책사업까지 다 가져가면 지역균형 발전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과학벨트의 ‘벨트’라는 개념이 이런 논란을 초래했다는 뒤늦은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의 ‘은하도시’ 구상을 받아들여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공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개념으로는 특정지역을 지정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논란 끝에 ‘도시’를 ‘벨트’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적으로 더 넓은 개념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그렇지만 ‘벨트’라는 불명확한 개념이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돼 논란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과학벨트 사수’에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원안 수정을 추진하면서 충청인들이 큰 상처를 입었는데 과학벨트 공약마저 파기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선진당 관계자는 “이회창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에서 합당을 통해 힘을 키우겠다는 얘기는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 무소속 이인제 의원 영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 측은 “과학벨트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연대는 가능하겠지만 이 문제 때문에 합당을 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들끓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을 달래고, 포항 출신 이상득 의원을 배려하기 위해 과학벨트를 분산배치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결국 ‘형님예산’에 이어 ‘형님벨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 터지면 저기 달래고, 저기 터지면 여기 달래는 땜질식 국정은 끝낼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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