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의지 못박은 청와대… ‘다음 단계는 설득’ 숨고르기

  • 동아일보

일부 예비역 장성의 공개 반대 및 청와대 인사의 강성 발언으로 촉발된 ‘국방개혁 307계획’ 논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직접 교통정리를 하고 나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중심이 돼 국방부가 ‘자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청와대는 국방부의 자기 개혁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라는 당부다.

여기엔 몇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이 대통령의 국방개혁 의지가 아주 단호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는 점이다. 사실 국방개혁안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서서야 겨우 확정되자 일각에선 현 정부 임기 내에 제대로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부 예비역 장성뿐만 아니라 현역 군인 일각에서도 국방개혁의 추진 속도와 강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조짐이 보였다는 게 청와대 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국방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큰 안보위기를 거치며 군의 상부지휘체제 개편과 합동성 문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상부지휘체제 개편을 포함한 국방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대통령도 현역과 예비역 일각의 부정적 움직임에 우려를 갖고 있다고 한다. 육군은 15% 줄어드는 장성 수(66개)가 대부분 육군 몫(60개)이라는 점에서, 해군과 공군은 육군 출신 합참의장의 직접 지휘를 받게 되는 점에서 각각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군은 개혁의 ‘대상’이면서 ‘주체’이기 때문에 군을 자극하기보다는 독려해 국방개혁을 완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장관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고 한다. 김 장관 스스로 군의 상부지휘체제 개편과 합동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현역과 예비역을 적극 설득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여러 차례 청와대 측에 “일부 반대하는 흐름이 있지만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항명’ ‘인사조치’ 등을 언급하며 국방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이려 했던 청와대 매파도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생각이다. 또 일부 예비역 장성이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군 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라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판단이다. 다만 더 이상의 경고 메시지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방개혁에 공감을 하고 있고 △합동성 강화 등에 대해 소신을 갖고 있으며 △강력한 군인상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김 장관으로 하여금 현역 군인들과 예비역, 국회 국방위원 등을 일대일로 만나 설득하도록 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를 최대한 뒷받침하면서 가끔 이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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