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들 “예비역 압력에 영향받지 말라”는 MB 발언에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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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모르는 몇몇이 軍 흔들어 통수권자도 흔들리고 있다”
국방개혁 설명회 40여명 참석… 김관진 국방장관 강력 비판

국방부가 23일 역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각 군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 40여 명을 초청해 개최한 ‘국방개혁 307계획 설명회’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참석자들의 거센 비판과 성토로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예비역 장성들이 공식석상에서 현 정부의 국방개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김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설명회에는 6·25전쟁의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비롯해 조영길 전 장관, 김종환 전 합참의장, 이성호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 김창규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등 성우회를 대표해 예비역 장성 40여 명이 참석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사전 여론수렴 절차 없이 청와대 보고까지 끝낸 국방개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설명한 데 대해 김 장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조영길 전 장관은 “북한의 도발 때 대응에 차질을 빚은 것은 군제(軍制)가 아닌 부실한 지휘관과 작전지휘 때문인데 합동성 강화를 내세워 상부지휘구조를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합참의장은 “현재 추진하는 국방개혁은 해·공군뿐 아니라 육군도 반대하는 만큼 ‘자군 이기주의’를 개혁 명분으로 내걸지 말라”며 “합참의장에게 과도한 지휘 부담이 야기되는 새 지휘구조에선 누구도 의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한호 전 공군총장은 “안보 취약시기에 군의 근간을 흔드는 군제 개편을 섣불리 추진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새 지휘구조는 한미연합사령부와의 지휘관계 등에서도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합참의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문민통제 원칙에 어긋나고 군에는 ‘독약’이다” “군을 모르는 몇몇 인사가 군 전체를 흔들고 군 통수권자도 이에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참석자들의 고언(苦言)이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김 장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장관은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오찬을 시작하자”고 했지만 참석자들은 “밥은 집에 가서 먹어도 되니 예비역과 군 선배들의 조언을 더 들어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장관이 외국군 사례를 들어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많은 참석자들은 “장관이 엉뚱한 얘길 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설명회는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게 끝났다.

이 설명회는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해·공군 총장에게 “당신들의 얘기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많은 예비역의 의견과 똑같다. 각 군 총장은 예비역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지 말고 이들을 적극 설득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방개혁 실패의 주된 이유가 ‘자군 이기주의’를 앞세운 예비역들의 지나친 간섭과 압력 때문이었음을 시사한 것이었다. 군 소식통은 “설명회 자리에서 예비역들이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향후 국방개혁의 여론수렴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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