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印尼특사단 숙소 침입]국정원 안팎 “황당” 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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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원장 잦은 인사로 요원 전문성 떨어져”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해 군사협상 기밀을 탈취하려 한 ‘괴한’들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21일 관가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 직원들이 마치 잡범들이나 할 만한 실수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들이었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초보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2009년 2월 원세훈 원장 취임 이후 잦은 인사로 직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이 떨어지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리비아 주재 외교관이었던 국정원 직원은 방위산업체의 수출을 위해 리비아 무기목록 등 군사정보와 현지에 거주 중인 북한 근로자 1000여 명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적발돼 강제 추방됐다. 지난해 5월에는 방한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의 동향을 캠코더로 촬영하던 국정원 소유 차량의 번호판이 사진에 찍혀 망신을 당한 일도 벌어졌다.

한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원 원장이 취임 이후 정보능력보다 ‘정권 충성도’만을 잣대로 인사를 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전직 국정원 고위 인사는 “원 원장 체제의 국정원의 문제는 정보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행정을 한다는 데 있다. 정보활동은 일종의 프로페셔널 엔지니어들이 하는 것인데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도 “업무상 국정원과 함께 정보수집이나 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국정원의 실력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정원 파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부 부처 인사는 “국가 이익이 걸린 큰 협상에서는 세계 정보기관이 활약하는 건 잘 알려져 있고, 우리 국정원 ‘요원’들은 대단히 유능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식 계통을 밟지 않고 몰래 성과를 내서 비선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는 시도가 황당한 실수를 빚은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원 원장이 최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마저 언론에 포착된 것을 두고 잇단 내부 정보 유출의 ‘진원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4년차를 맞아 핵심 측근인 원 원장도 레임덕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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