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76학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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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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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75, 76학번 전성시대다.”

현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 대학 입학 기준으로 75, 76학번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을 놓고 정·관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주축이 50대 중반의 75, 76학번이다. 김대기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진영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이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75학번이다. 둘 다 옛 경제기획원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김 수석의 전임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서울대 경영학과 75학번. 최 장관과 김, 진 수석은 경기고 동기동창이자 행시도 22회 동기로 친구 사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서울대 76학번), 조태용 외교통상부 의전장(서울대 75학번) 등도 이들과 고등학교 친구 사이라고 한다.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은 중앙대 경제학과 75학번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이들과 동갑내기(1956년생)다. 서울대 경영학과 76학번.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와 김두우 대통령기획관리실장도 임 실장과 같은 학번이다. 대학 동기라는 인연으로 이 특보와 김 실장은 기자 시절에도 임 실장과 가끔 만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서울대 76학번)이 이들과 절친한 사이다. 임 실장과는 학창시절부터 배구를 같이하며 어울린 사이이고, 이 특보와는 정치학과 동기, 김 실장과는 경북고 동기로 얽혀 있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서울대 75학번)은 김 실장의 경북고 동기다. 홍상표 홍보수석비서관도 한국외국어대 76학번이다. 또 이현동 국세청장과 김명식 대통령인사비서관은 영남대 76학번 동기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민주당 조배숙 의원과 더불어 ‘경기여고 3인방’으로 통하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도 서울대 법대 75학번. 김준규 검찰총장은 김대기, 진영곤 수석의 경기고 1년 선배이나 서울대 법대 75학번으로 김 위원장과 학번이 같다. 정선태 법제처장 역시 서울대 법대 75학번.

민병환 국가정보원 2차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75학번이고 감사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하복동 감사위원은 충남대 75학번,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고려대 정외과 75학번, 이용걸 국방차관은 서울대 경제학과 76학번이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고려대 75학번.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감사원 국방부 등의 핵심 요직에도 75, 76학번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친박(친박근혜)계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75학번이고, 역시 친박계인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연세대 정외과 76학번이다.

75, 76학번은 당시 긴급조치 9호가 발령된 암울한 상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공통점이 있다. 잦은 휴학 탓에 학교를 나간 날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는 운동권으로 갔고, 일부는 고시를 통해 관료사회에 진입했다. 또 언론계에 입문한 이들도 많았다. 이들이 2011년 한국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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