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대에도… 설 민심 “무관심”에도… 개헌 드라이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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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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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주자 못찾은 친이계… 개헌이슈 띄워 대선 새판짜기?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개헌 간담회에서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개최한 개헌 간담회에서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35명이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개헌 간담회를 열어 8∼10일로 예정된 개헌 의원총회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했다. 이들은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으로 “개헌에 관심 없다”는 설 민심에도 불구하고 개헌 당위성에 대한 목청을 높였다. 여권의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참석했다.

○ ‘개헌은 당론?’


이명박 대통령이 1일 방송좌담회에서 ‘연내 개헌’ 필요성을 직접 밝힌 데 대해 친이계 의원들은 고무된 듯했다.

이들은 “개헌은 이미 한나라당 당론”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발제를 맡은 권택기 의원은 “(많은 의원이) 개헌에 당론을 정하기 위해 의총을 연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4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기로 각각 당론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당론을 따라가는 것이 한나라당의 책무이며 당론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지도부에 당론을 집행해 달라고 의견을 모으는 의총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권 의원은 “(개헌) 당론을 바꾸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개헌 당론 변경의 불가를 역설했다.

이 장관도 당시 정치권이 국민에게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에 어려우면 19대 국회 때 하자는 생각으로는 안 된다. 친이계가 뭉치면 반드시 개헌은 이뤄진다. 개헌은 시대의 정신이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불붙지 않는 개헌론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에 대한 의중을 밝히고 친이계가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지만 여전히 불은 붙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한나라당 의원 전원(1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응답이 많았다. 여야 의원들이 설 연휴 기간 지역에서 들은 민심도 개헌에 대해선 ‘무관심’이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50여 명에 이르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개헌에 부정적이다. 당 지도부 중에서도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정도만 개헌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개헌에 부정적이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과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때냐”는 싸늘한 민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개헌 추진론자들의 관건인 셈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개헌 의총을 앞두고 친이계들이 따로 모여 개헌을 하자고 결론을 내릴 거면 뭐 하러 의총을 여느냐”고 비판했다. 친이계지만 개헌에 부정적인 한 소장파 의원도 “세종시 의총 때는 수도 분할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 강해 상당수 의원이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개헌 논의에) 앞장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친이계 주류가 개헌을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친박계는 “친이계의 개헌 추진은 정략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 예비주자 중 압도적인 우위를 달리고 있는 판도를 흔들어보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친이계는 100명이 넘는 현역 의원을 거느린 당내 최대 계파면서도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해선 고민이 깊다. 현재 친이계 내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잠재적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현재로선 박 전 대표에 대항할 만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선 대선 구도 자체를 바꾸는 방법밖에는 달리 마땅한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친이계가 내심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거는 것도 ‘권력분점’을 통해 여야의 잠재적 대권 후보 간 연대를 도모하는 측면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이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키면 여권 주류는 권력 전부를 놓치는 사태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헌이 끝내 불발될 경우에도 잃을 것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헌 추진을 매개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도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대선이 다가올수록 친이계는 구심력을 잃고 뿔뿔이 흩어질 공산이 크다. 개헌을 추진하면서 결속력을 유지한다면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우리는 어떻게든 모여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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