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책 파는 학자… 정치에 관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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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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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

“정치인에게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함께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로 여겨지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좌장’을 맡은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63·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27일 열린 발기인 총회에서 미래연구원 원장으로 선출됐다. 정치권에서는 미래연구원의 출범을 박 전 대표의 대선행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학자와 전직 관료, 기업가 등이 망라된 미래연구원에서 박 전 대표의 정책이 집대성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연구실에서 미래연구원의 법인설립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던 김 교수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보가 ‘폴리페서(polifessor·학교와 정치권을 오가는 교수)’ 논란 등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 경계하는 듯했다.

―미래연구원이 출범하자 다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가 떴다고 해석한다.

“박 전 대표도 참여하는 것일 뿐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보면서 통섭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이 통하는 학자들과 의기투합한 것이다. 연구원 이름도 내가 붙였다.”

―박 전 대표는 연구원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내가 올여름 박 전 대표에게 연구원 설립 취지를 설명했더니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참여 희망 지인들에게 박 전 대표의 참여 사실을 알리자 일부 회원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또 박 전 대표의 참여 사실을 알고 일부 정치권 인사가 참여를 희망해 (거절하느라) 힘들었다. 구체적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박 전 대표와 주기적으로 만나는 ‘5인회’ 멤버라는데….

“나도 신문 보고 5인회라는 말을 알았다. 5명만 모이는 게 아니다. 사안이 있으면 관련 분야 교수들이 모여 스터디를 한다. 필요에 따라 박 전 대표와 함께한다. 박 전 대표와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감세나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놓고 박 전 대표와 토론했다.”

―차기 대선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통합이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복지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복지와 신뢰는 맞물려 있다. 복지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규제를 풀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을 놓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내용도 모르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종이에 관련 내용을 써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말 그대로 기본법이다. 프레임을 만드는 법이다. 내용이 뭐냐고 묻는데 그건 개별법에 담는 거다.”

―개별법에 담길 내용은 무엇인가.

“서로 내용을 내놓으면 그걸 놓고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은 라이프사이클(생애주기)에 맞춰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회서비스 제공은 고용창출과 직결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김 교수 스스로는 정치참여에 관심이 없나.

“연구원에 참여하는 교수 중에 일부는 관심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없다. 예전에 실제 공천 제의도 받았지만 정치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나는 정책을 파는 것이다.”

―정책을 판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도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믿을 수 있는 정치인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실제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정치권과 인연을 맺지 않았나(김 교수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표적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기)를 만들었고, 2002년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 도전한 이인제 의원을 도왔다).

“나는 지금까지 (대선에 이길지) 승산을 보고 정치인을 돕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정책을 판 것이다. 정책을 파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함께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어떤 점에서 박 전 대표가 남다른가.

“박 전 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늘 진지하고 학구적이다. 대통령의 딸답지 않게 나눔과 베풂이 몸에 배어 있다.”

―박 전 대표와는 언제부터 가깝게 지냈나.

“같은 서강대 동문이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2007년 경선 때다.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지낸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내 은사다. 당시 남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미래연구원의 앞으로 활동은….

“내년 1월 둘째 주쯤 분과별로 모임을 열어 앞으로 논의할 과제를 정할 것이다. 통섭이 필요한 과제는 여러분과 회원들이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모임은 회장이 설치면 안 된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분과 모임에도 박 전 대표가 참여하나.

“본인 스케줄이 있을 텐데 참여할 수 있겠나.”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영상=박근혜 싱크탱크 출범, 대권행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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