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전쟁’ 이후]리더십 금간 박지원

  • 동아일보

여권 단독처리 강수에 허 찔려… 지역구 예산은 65억 늘려 ‘빈축’

“내상(內傷)이 깊은 장수의 리더십이 예전과 같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 안팎에선 ‘4대강 날치기 예산안 무효화’ 투쟁의 선봉에 선 박지원 원내대표를 두고 이런 평가가 나온다. 예산 정국에서 여권의 강수에 허를 찔리면서 “나를 믿고 따르라”는 박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힘을 잃게 됐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의 지역구(전남 목포) 예산이 65억 원 증액된 점도 부담이다. 그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형님(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예산’은 수천억 원을 배정했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 원내대표 지역구 예산 증액에 대해 “모양새가 정말 좋지 않다”(한 초선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채널이었던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도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예산안 강행처리 당시 항의하던 박 원내대표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본회의장에서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논란이 빚어진 것에 대해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화난 마음 풀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사과했다.

한편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이날 “현 정권이 ‘형님 예산’ ‘과메기(경북 포항 특산물) 예산’은 지켜냈지만 정작 필요한 국정예산, 정치적으로 꼭 하겠다고 약속한 예산은 다 놓쳤다”며 “계획관리 능력조차 없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의화 국회부의장, 이주영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을 ‘날치기 3인방’으로 규정짓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민주당은 14일 ‘100시간 천막농성’이 끝나는 대로 시도당별로 ‘날치기 예산안 규탄대회’를 순회 개최하기로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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