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천안함 때보다 연평도 포격 도발에 더 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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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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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구조-연평도 주민대피 참여 이태규 상경

“천안함 폭침 사건보다 북한의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민가에 떨어진 포탄이 폭발하면서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터전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서 근무하는 이태규 상경(24·사진)은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상은 물론이고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연평도 현장에 모두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들 법한 북한의 물리적 도발을 두 번이나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한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이 상경은 천안함 장병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해경정 501호의 조타수였다. 급히 키를 돌려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때 천안함은 이미 두 동강 난 채로 선미만 남아있었다고 이 상경은 회고했다. 그는 침몰하는 천안함 선미를 바라봤을 때의 참담한 심경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 상경은 그 후 근무지를 옮겨 올 8월부터 연평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북측의 도발이 있었던 23일 오후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서 입·출경하는 배를 검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포탄이 떨어지는 아비규환의 순간에 이 상경은 겁에 질려 선착장 다리 밑으로 숨은 할머니들을 목격했다. 근처에서 굴을 따던 할머니 10여 명이 폭격을 피해 다리 밑으로 숨었지만 물이 차올라 생사기로의 위기에 놓인 것. 이 상경은 즉시 할머니들을 다리 위로 끌어올린 뒤 무사히 대피소로 인도했다. 그는 “연평도를 떠나는 주민이나, 불탄 집이 누구 집인지를 모두 알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주인이 떠난 집 강아지가 나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면 차마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휴가를 반납했다는 이 상경은 “연평도에 드나드는 배들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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