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해보니 권력 너무 집중”… MB, 개헌론 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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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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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적극 추진 주문

“내가 대통령을 해보니 권력이 너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더라. 지금은 대통령이 온갖 사안에 대해 다 결정하게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이 같은 취지로 말하며 개헌 추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12일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포함한 4개 요구안을 받아들일 경우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회 4대강사업검증특위 구성 등 4개 안을 받아들이겠다”며 ‘빅딜’을 제안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국정 후반기 핵심 화두는 ‘개헌’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간간이 개헌의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8·15 광복절 경축사를 전후해 강도가 높아졌다고 여권 인사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필요하다면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 발표 이후에는 국회에서의 개헌 추진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3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로 출국하기 며칠 전에도 여권 핵심 관계자와 만나 개헌 추진을 독려했다고 한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정치개혁의 화두로 개헌이 최우선 과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분위기다.

여권 주변에선 한때 이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이 ‘일과성’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국회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야당의 ‘벽’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대통령 경험을 토대로 개헌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최근 모습에서 뭔가 물러설 수 없는 ‘결의’를 느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전했다.
▼ MB ‘권력분산’ 큰그림… 개헌 공론화 시도 ▼

○ 개헌 방향은 권력분산?


다수의 여권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개헌의 큰 방향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큰 방향은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 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고 한다.

“G20 정상회의만 해도 준비하는 데 1년 이상 걸리는 일인데 대통령이 어떻게 모든 걸 다 할 수 있겠느냐. 복지나 행정처럼 국내 문제가 중심인 부분은 다른 사람이 하고 대통령은 외교 등 국제적인 부분이 중심인 문제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중심제의 한계를 이같이 거론하면서 “우리의 (현행) 헌법 아래서도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책임총리제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총리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으면 권력이 바뀔 경우 이전 정부의 성과가 평가절하되기도 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말까지 공론화’ 기대

이 대통령은 올해 안에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를 공론화시켜 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 “연말까지만 개헌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공론화가 이뤄진다면 내년으로 넘어가도 개헌을 추진할 동력은 충분하다”며 “대통령의 의지도 강력하지만 개헌은 노무현 정부 등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이대로 사그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권에서 최근 개헌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이 같은 현실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개헌특위’ 관련 빅딜을 제안하기에 앞서 6일 이재오 특임장관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각종 여론조사를 해 보면 개헌 찬성이 60∼70% 나온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여야 의원들도 개헌에 대한 어떤 욕구가 있다고 본다. 올해 여야가 합의해 개헌을 발의한다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내각제 등으로의 개헌은 어렵겠지만, 예컨대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상당 부분 분산시키는 내용의 개헌에 대해서는 여야 간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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