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대기업총수 간담회]“中企와 동반성장 걸림돌 된다면 법도 고쳐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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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선도역할 강조…“일회성 노력에 그치지 말고 총수가 직접 현장 챙겨야”
총수 12명의 화답…“유망中企기술 파트너 육성 교육기회 제공등 더욱 노력”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청와대에서 12개 대기업 총수들과 조찬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을 통한 선진화를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12개 대기업 총수들과의 청와대 조찬간담회에서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은 1월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의 목소리’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총수들이) 현장에 가볼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지만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인간적인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장에서 몇몇 총수는 “하청업체 대표도 못 만나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한국의 빠른 금융위기 극복과정에 대기업의 기여와 노고를 치하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해 총수님들이 애 많이 쓰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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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12명의 대기업 총수들은 차례로 자신들이 구상하는 동반성장의 방안과 구상을 말했다. 1인당 5분 이상의 시간이 주어졌고, 1차례씩 발언이 끝난 뒤 3명의 총수는 추가로 발언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이건희 회장은 “대기업이 일류가 되려면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 왔다. 앞으로 2차, 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서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한국 사회는 경제 대국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경제계의 책임이 막중하다. 동반성장은 대기업을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납품업체를 직접 돌아본 경험담을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서류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봤다. 전문 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교육기회 제공과 공동 기술 개발에 더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 출신인 이석채 KT 회장은 “수많은 맹세와 서약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이유를 기업 현장에 와서 찾았다”며 기업 실무진의 모험회피 성향을 거론했다. 그는 “대기업이 오랜 기간 갑을 문화에 젖어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위험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도 과거와 다른 눈으로 대기업을 볼 것”이라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 또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추진과제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불공정한 법이 있다면 고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친서민 정책 등으로 인해 세간에서 ‘기업 프렌들리 대통령이 변했다’는 평가를 염두에 둔 듯 “일자리가 생겨야 서민이 잘살며, 그 중심은 대기업이다. 어느 나라에 친기업이 아닌 정부가 있느냐. 공산주의도 친기업”이라고 말해 여전히 기업 프렌들리 원칙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전경련 ‘5대 추진과제’ ▼
대기업 임직원 평가때 협력업체 실적 반영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3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 재계의 상생 협력 지향점을 담은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대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2, 3차 협력업체로의 확산은 미흡하다고 진단하고,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초점을 뒀다.

전경련은 단순한 상생을 넘어 모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됨으로써 ‘동반 성장’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의 상생 대책과 대동소이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어서 원론적인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이 밝힌 구상은 5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1차 협력업체 위주로 이뤄져온 지원 프로그램을 2, 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이나 품질 관리, 인재 양성 등 기업 경영 전반에 필요한 내용이 포함된다.

전경련은 결제 조건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금결제 비율을 더욱 높이고, 대금 지급 기한을 단축하며, 경우에 따라 선급금 지급도 늘릴 계획이다. 공정한 거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구두계약을 없애고 모든 기업 간의 거래에 하도급법을 적용해 표준하도급 계약서 사용을 확대하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보고했다.

이 같은 내용은 거의 기존에 개별 대기업들이 발표한 상생 정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전경련이 보고한 방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평가 관련 방안이다. 전경련은 상생 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대기업이 임직원을 평가할 때 관련 협력업체의 실적을 고려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협력업체를 직접 찾아가 상생 정책 이행 현황과 협력업체의 만족도 등을 점검하도록 하는 방안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를 평가할 때 2, 3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실적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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