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급물살]北 이산상봉 제의로 노리는 5가지는…

동아일보 입력 2010-09-13 03:00수정 2010-09-1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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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진 통일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통일부 이산가족과 직원들이 12일 휴일임에도 출근해 일하고 있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10일 남측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고 전격적으로 제의해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1] 정상회담 터 다지고… 남북 고위급회담 요구할 가능성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관되게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제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 또는 고위급 회담을 열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은 당국자들이 만나 고위급 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북측에 비료를 주고 이어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대가로 쌀을 주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북한은 상봉에 이어 고위급 회담을 열고 여권 중진 인사들에게 요구한 대로 ‘쌀 30만 t, 비료 30만 t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대가로 남한이 요구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한 정상회담 개최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해결은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지도자 간 만남으로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 미국과 대화 길트고… “先남북화해” 요구한 美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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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 건너야 할 다리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 당국에 “남한과의 화해 없이는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은 남측에도 “남한이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통해 천안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9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 전망을 묻는 질문에 “(현 상태에서) 어떤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모종의 화해조치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3] 南 대북정책 흔들고… 5·24조치 허물어 남남갈등 유도

북한의 제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흔들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통일전선전술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당국자는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북한에 쌀을 주고 천안함 폭침사건의 책임을 묻지 않고 흐물흐물 넘어가면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만들어 온 대북정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이행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내세우며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우선으로 꼽았다.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정부는 5·24 대북조치로 응수했다.

북한은 이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유화정책을 구사하면서 남한 내 일부 세력을 끌어들여 대북정책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4] 금강산 관광 문열고… “금강산서 상봉” 관광재개 손짓

북측이 10일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면서 “금강산에서 진행하자”고 특정한 것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금강산에서 상봉을 하자는 것은 2008년 7월 11일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려는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6일∼10월 1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연 뒤 남측에 관광 재개 공세를 폈다. 그러나 올해 2월 1일과 8일 개성공단 실무접촉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3월 말부터 금강산관광지구 내 민간기업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에 들어가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에 금강산관광 중단은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 관광 중단 이후 올해 2월까지만 약 4192만 달러(약 488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추산도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계기로 관광 재개에 나설 태세였고 이산가족 상봉을 그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5] 쌀-비료지원 굳히고… 중단됐던 식량지원 힘 실리게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해마다 30만∼40만 t의 쌀과 20만∼30만 t의 비료를 북측에 지원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중단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올해는 수해까지 나면서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수해로 북한의 식량 수확이 20만 t가량 줄어 전체 식량 부족량이 130만 t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화폐개혁 실패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군량미를 푼 뒤 군대를 줄여서라도 군량미를 아끼라고 지시할 정도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100억 원 규모의 수해 복구 물자에 쌀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00억 원으로 쌀을 사면 국제시세로 2만 t이 안 되는 수준이지만 북한으로선 한 톨도 아쉬운 실정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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