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물살]‘물’이 물꼬 트고 ‘쌀’이 뜸을 들인후…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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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北수해 지원” → 北 “쌀-중장비 달라” → 北 “대승호 송환” → 南 “지원 긍정검토”…향후 시나리오는? 북한이 남한의 수해 지원 제의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쌀과 시멘트 등 물자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당국 간 비공식 채널 가동?

북한이 수해 복구를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17일 이후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대북정책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정부 차원에서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일부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물밑 기류는 지난달 22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당-정-청 회동에서 정부 차원의 쌀 지원 재개를 건의하고 대한적십자사(한적)가 26일 대북 수해 복구 지원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표면화됐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31일 100억 원이라는 수해 지원 액수까지 제시했다. 이에 북한이 4일 “이왕이면 쌀과 굴착기 등 필요한 것을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6일 대승호 석방을 발표하면서 남북 간에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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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최근 남북의 움직임은 사전에 잘 짜인 각본대로 가는 양상이다.

○ 쌀 지원 둘러싼 정부 내 복잡한 기류

정부는 일단 이번 대북 지원은 ‘수해 복구를 위한 긴급구호성 쌀 지원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 등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한적은 민간으로 볼 수도 있다”며 “긴급구호성 쌀 지원 외에 생각하고 있는 조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북한 체제의 특성상 (정부기구나 다름없는) 적십자가 지원을 요청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한 건만을 놓고 북한의 변화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키는 것이 보수층의 반발을 살 여지가 많은 상황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이 새로운 대북 금융제재 조치에 나선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앞서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에 물밑으로 쌀 지원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목록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지원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먼저 공식 통지문을 통해 목록을 제시하며 손을 내민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남북관계 진전 언제 어디까지 갈까

정부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여권 중진 인사들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재개할 것을 타진했으며 올 7월에도 여러 경로로 청와대에 같은 제안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8월 2일자 A1면, 8월 18일자 A1면 참조
‘천안함’직전까지 정상회담 요구

▶본보 8월 18일자 A1면, 8월 18일자 A1면 참조
北, 지난달 정상회담 또 타진


전문가들은 대북 수해 지원 이후 가장 먼저 열릴 대화의 장은 적십자회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수해 지원을 위한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에 따라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북한의 천안함 사태 관련 조치 이행→G20 정상회의에 북한 고위 인사 초청→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전면 회복 순으로 나가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부, 대승호 송환촉구 대북전통문 발송
▲2010년 8월1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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