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전한 30일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 이번 행사에 대한 두 나라의 서로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혁 개방을 찬양했다는 내용은 신화통신에는 있지만 중앙통신에는 없다.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2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빠른 발전을 이룩했고 어느 곳이든 생기가 넘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5월 방중 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김 위원장에게 “중국의 개혁 개방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앞으로 북한 경제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앙통신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27일 창춘(長春) 시에서 열린 연회에서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변혁은 중국 공산당의 노선과 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이 현실에서 실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만 보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국내적으로 ‘개혁’ ‘개방’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양국 지도자가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를 희망했다는 대목도 신화통신에만 있고 중앙통신에는 없다. 이는 6자회담과 비핵화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강조했던 올해 5월 방중 때의 중앙통신 보도와도 달라 이 부분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 대신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6일 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는 중국 지린(吉林) 시의 위원중학교와 베이산공원 등을 방문한 내용을 A4 용지 7쪽에 이르는 장문의 보도로 매우 상세히 소개해 이번 방중의 목적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3대 세습’을 위한 김씨 일가의 우상화에 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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