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좌초’ 뼈아픈 MB… 집권 후반기 국정장악력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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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철못한 역점과제
‘여당내 야당’ 벽 못넘어
지방선거 패배 이어 악재

차라리 짐 덜었다?

정치적 갈등 정리된 측면
靑-내각개편 속도낼듯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은 이명박 대통령에겐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 과제를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종시 수정안이 현실 정치의 구조상 민심과 별개로 국회에서는 정상적으로 통과되기 어려운 여건이었던 만큼 ‘부결’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와 역사적 소임을 위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며 수정안을 추진했다는 기록을 남긴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정권 초 거대 여당의 든든한 지지를 받으며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야당이라는 암초를 만나 수적 열세 상황으로 밀린 점은 이 대통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안팎에선 당이 사실상 분당(分黨)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참모는 “분당이라고까지 할 수야 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여권 내 대립선과 권력지형이 표를 통해 명확해진 측면이 있다. 향후 국정운영에 숙제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에 기존 사업을 정리해야 할 단계인데 여당이 사실상 소수가 됐다. 지방권력이 상당 부분 야당에 넘어간 상태에서 여당 또한 갈라져 있어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대통령이 수정안 부결로 정치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그동안 국정을 짓눌러 왔던 무거운 짐을 털었다는 점에선 차라리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 문제가 불러왔던 정치적 갈등이 정리된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세종시는 원안대로 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나머지 국정과제를 정리하면서 개각 등 인적쇄신 작업을 통해 국정을 재편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중미 3개국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다음 달 3일 귀국하면 가까운 시일에 청와대 개편을 단행하고 7·28 재·보선을 전후해 개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지방선거 패배,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 연이은 악재 뒤에 이뤄지는 만큼 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다른 국정과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견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고, 야당의 공세가 격화되고 있지만 국회의 예산 심의를 통해 확정된 사업인 만큼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년 말이면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시는 단념했지만 4대강 사업만큼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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