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MB, 국정지지도 곧이곧대로 믿다가 상황 오도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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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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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 인터뷰=한기흥 정치부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평소 잘 웃는 그에게 6·2지방선거 이후 ‘운장(運將)’ ‘복장(福將)’이라는 별명이 더 붙었다. 2008년 7월 6일 대표로 선출된 후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리는 장수의 심경을 나타내는 고사성어)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던 그의 말처럼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지만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와 10·28 재·보선에 이어 6·2지방선거까지 승리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정 대표는 다음 달 6일이면 대표 임기 2년을 꽉 채운다. 2003년 11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최장 대표 기록(김근태 전 의장의 8개월 6일)을 갈아 치운 지 오래다. 자신감 때문일까. 지방선거 이후 그의 ‘말’은 단순하고 단호해졌다. 22일 오후 1시간 20여 분 동안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정 대표는 비교적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국과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집권여당 평가
남 북관계 파탄… 민주주의 후퇴…
참모 안보이고 대통령만 보여
소통없는 국정운영 방식이 문제

지방선거와 야당
“野 한번 잘해봐라” 국민 메시지
반대만 않는 대안세력 돼야
7·28서 의석 100석 확보 목표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

지난 2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온 정세균 대표는 6·2지방선거 승리로 가장 큰 정치적 성취를 이뤘다. 그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등 내내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사진 제공 민주당
지난 2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온 정세균 대표는 6·2지방선거 승리로 가장 큰 정치적 성취를 이뤘다. 그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등 내내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었다. 사진 제공 민주당
―민주당도 과거 집권 시절 각종 선거에서 많이 졌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현 집권 여당의 잘못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제는 신통치 않고,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남북관계는 파탄 났다. 국정운영 방식도 문제다.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시비를 걸려면 밑도 끝도 없을 정도로 잘하는 게 없다. 칭찬할 게 없어서 때로는 ‘내가 이렇게 인색한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 정권이나 몇몇 유능한 참모나 국무위원은 눈에 띄기 마련인데 지금은 대통령만 보인다. 참모나 국무위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총체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청와대, 한나라당 어느 곳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보나.

“대통령의 잘못이 가장 크다. 세종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됐는데도 청와대가 나서서 ‘본회의에 부의해 표결에 부쳐 봐라’ 하는 건 오기이자 한나라당을 ‘2중대’로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확인사살을 하라는 것인가. 정권 스스로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0%에 가까울 정도로 여전히 높은데….

“국정지지도는 ‘아주 잘한다’ ‘잘한다’ ‘못한다’ ‘아주 못한다’ 등 4점 척도로 조사되는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 또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은 지방선거 때도 드러났다. 수치를 곧이곧대로 믿어 상황을 미스리드(mislead)하면 일을 그르친다.”

○ 민주당에 대한 자평

―6·2지방선거를 평가한다면….

“여당에는 아마도 쇄신을 요구한 것이고, 야당에는 ‘기회 한 번 줄 테니 한번 잘해 봐라’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받아들인다.”

―‘대안정당’이 되기 위한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선거 결과로 보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과반 정도를 맡겨준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다. 부정 비리 없이 주민들을 잘 섬겨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 대안세력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의 집권 경험이 있는데도 ‘반대만 한다’는 시각이 있다.

“그건 좀 억울하다. 야당의 1차적 책무는 견제다. 선명야당과 대안야당 중 굳이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선명야당이다. 그러나 만년 야당을 면하려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늘 협력할 건 하고, 경쟁할 건 하고, 싸울 것은 확실히 싸우는 자세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이 ‘야당은 왜 싸움만 하느냐’고 평가한다면 무엇이 부족한지 성찰해 봐야 하겠다.”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열린우리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의 불안정성이었다. 존속 3년 9개월간 당 의장이 10번이나 바뀌었다. 정당은 고유의 활동을 통해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도 못하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과 옛 민주당이 통합하면서 정당의 고유기능은 많이 복원됐다. 그러나 늘 정부, 여당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치상황이다 보니 대안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겨를이 없었다.”

세종시-4대강 사업
세 종시 본회의 표결 하수정치
영산강 준설은 필요하지만
대운하 의심가는 4대강 안돼

천안함 이의제기 왜

北소행 부인하는 게 아니라
의혹 말끔히 해소하자는 것
남북관계는 화해협력 바람직


○ 야권 선거연대

―7·28 재·보선을 전망한다면….

“국회 의석 구조는 여전히 여대야소다. 그것도 ‘야소’가 아주 과도한 상황이다. 그래서 7·28 재·보선을 통해 어떻게든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라도 개혁 진영의 의석을 100석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해임건의안 제출을 위해선 97석이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호남무소속을 합치면 93석임). 대정부질문 등에서 국무위원들의 불성실하고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면서 비애를 느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못 내니까 무시당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7·28 재·보선에서는 100석을 넘겨야 한다. 우군(友軍)을 모아야 하는데 상황이 간단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7·28 재·보선에서도 선거연대는 유효한가.

“전국선거와는 달리 재·보선은 어려움이 더 크다. 주고받을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를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면 연대든 단일화든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민주당의 당선자를 내는 것이 최선이나 차선은 비(非)한나라당 당선자를 내는 것이다. 선거연대는 2012년 총선은 물론이고 정권교체 때까지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강, 정책이 다른 정당끼리의 단일화가 옳은가’란 시각도 있는데….

“6·2지방선거 때엔 정책연대를 먼저 한 뒤 선거연대를 했다. (진보)정당들이 서로 같지는 않지만 한나라당과 진보진영 간의 차이는 훨씬 크다.”

○ 세종시 및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는 원안이냐, ‘플러스알파’냐를 놓고 다시 줄다리기가 벌어질 텐데….

“플러스알파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원래 원안에 교육, 기업, 문화, 과학 기능이 포함돼 있다. 플러스알파라는 건 원안 내용을 잘게 쪼갠 것이다. (원안에 따라) 원래 가게 돼 있던 것을 마치 새로 가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짓이다. 현 정권이 줬던 것을 도로 다 뺐을 수 있는 것도, 없는 것을 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절충의 여지가 없나.

“치수(治水) 사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운하 의심 사업이나 생태, 환경 파괴는 안 된다. 국민의 70%와 4대 종단이 반대하고 있는데 밀어붙인다는 게 말이 되나.”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영산강 살리기’ 구상은 4대강 사업과 비슷한데….

“가장 시급한 것은 영산강에 유입되는 지천의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다음엔 지천에 정화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수질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영산강은 퇴적토가 많아 준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해선 안 된다. 또 보를 너무 높이면 안 된다. 박 지사의 ‘영산강 뱃길 복원’은 작은 뱃길을 의미한다. 4대강 사업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2012년 대선 때 ‘청계천’ 같은 개발효과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아닌가.

“청계천은 3000억 원가량이 투입됐지만 4대강 사업은 30조 원이 투입된다. 두 가지를 비교하는 건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할 때 나는 여당 정책위의장이었는데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을 좀 더 환경친화적으로 했더라면 훨씬 박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 천안함 폭침사건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데,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진 않는 것 같다.

“일단 인정한다. 다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특위를 열어 조사해 보고 부족하면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이미 중간발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허위 조작 보고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또 사전에 적을 막지 못한 데 대해서는 사과도, 책임 추궁도 없이 뭉개고 있다. 우리는 누구 소행인지와 안보 실패를 같이 따지자는 입장이다.”

―북한이 사건 주체란 건 인정한다는 것인가.

“부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이 말끔히 해소돼야 흔쾌하게 인정할 수 있다. 국회가 ‘좀 보자’는데 협조하지 않는 상황은 그대로 둘 수 없다.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고 납득이 되면 당연히 (북한을) 비난한다.”

―살인범을 놔두고 막지 못한 경찰만 탓하는 것 같은데….

“경찰이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 뒤에 살인범을 처벌하겠다고 해야지 ‘우리는 잘못 없다. 그러나 살인범을 처벌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건은 정부의 안보 무능을 드러낸 대형 사건이다. 피해 당사자는 유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다. 그래서 모두가 다 슬퍼하고 애도했다. 또 야당은 소수 국민의 문제제기까지 살펴야 할 책무가 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안 된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다 보니 북한에 대한 비난을 주저한다는 의구심이 있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화해협력하는 것이 한민족 전체를 위해서도,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좋다. 이명박 정권은 ‘비핵, 개방, 3000’이란 대결적 자세를 밀어붙이다 천안함 사고를 불러왔다고 본다. 아주 바보 같은 짓이다. 북한에 삐라를 보내고 확성기를 틀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인터뷰=한기흥 정치부장
정리=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당권도전? 대권염두? 아직 결정 안 했다”
■ 향후 진로는


―8월 전당대회 때 대표직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게 민주당이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신중히 생각할 것이다.”

―‘정치인 정세균’이 꿈꾸는 목표는….

“당장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도록 당을 잘 운영하는 것이다. 항구적인 목표는 국민 모두가 조화롭게 더불어 잘사는 복지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

“아직은 하지 않고 있다. 나는 5∼7명의 후보군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스타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야 경쟁력 높은 후보가 배출된다. 그러나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개인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이 끼워주면 들어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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