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8>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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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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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세종시 출구’ 명분 생긴 셈… 투쟁보다 설득할 것”

“소신을 말할수는 있지만 단체장 지나친 정치행보 바람직하지 않아
202곳 재개발 적극 추진-새 공공기관 구도심 배치-엑스포 주거단지는 반대”

관선, 민선을 포함해 두 번의 대전시장을 지내고 4년 만에 재입성에 성공한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는 “시도지사는 정치가가 아니라 행정가로서의 행보가 필요하다”며 “다른 시도지사도 이런 내 생각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관선, 민선을 포함해 두 번의 대전시장을 지내고 4년 만에 재입성에 성공한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는 “시도지사는 정치가가 아니라 행정가로서의 행보가 필요하다”며 “다른 시도지사도 이런 내 생각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66·자유선진당)는 2006년 대전시장 때 당시 정무부시장이었던 박성효 현 시장에게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후배에게 패배한 뒤 절치부심해온 염 당선자는 4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46.7%를 얻어 박성효 시장(28.5%)을 크게 누르고 설욕에 성공했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도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며 “지난 4년간은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7, 11일 동아일보와 만난 염 당선자는 “소통과 화합의 행정, 보복 없는 인사를 하겠다”며 승자로서의 여유와 함께 시정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이긴 비결은 무엇인가.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동시 평가다. 대전시민들은 중앙정부가 추진해온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강행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지방정부에 대해선 잇단 국책사업 유치 실패와 시민과의 소통 부재를 질타했다. 이 같은 평가들이 나를 당선되도록 한 것 같다.”

―대전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좀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피부에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특히 대전지역 소상공인들은 매우 힘들어한다. 일자리가 없고, 그나마 장사도 안 된다.”

―선거 내내 상대후보로부터 과거 뇌물수수 사건과 당적변경에 따른 ‘철새정치인’이라는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뇌물사건 이후에도 한 번 대전시장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한밭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검증을 받은 것이다. 시장 재임시절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 이후 자유선진당으로 옮겼다. 세종시를 반대하는 정당에 몸을 담고 싶지 않았다. 지역 패권정당이 수시로 바뀌는 게 충청권 현실이다. 정치 초년생을 제외하곤 당적 변경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시민들이 이해해줬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다.”

―야당 시장으로서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괜찮겠나.


“국회도 상임위원회의 경우 야당의 목소리가 더 셀 때도 많다. 야당 단체장이라고 소외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야당이 유리할 수 있고 중앙정부와의 관계도 더 좋을 수 있다.”

―세종시 원안 추진과 관련해 안희정 충남,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와 확고한 공조를 강조했는데….

“8일에도 세종시 건설 예정지에서 충청권 3개 시도지사 당선자가 만나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는 반드시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 앞으로 세종시뿐만 아니라 충청권 현안에 대해선 종전에 구성된 3개 시도 간 광역정책협의체를 통해 공조해 나가겠다.”

―세종시 운명에 대한 개인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면….

“한나라당에도 친박근혜 계열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의원이 수정안 강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 수정안 강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선거를 통해 정부는 수정안 철회의 정치적 명분이 생겼다. 이명박 정부도 이 같은 주민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훌륭한 정치인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충청지역 주민 40%가 찬성한다는 조사도 있어 무시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이번 충청권 3개 시도지사 당선자는 모두 수정안에 반대하지 않았는가. 난 줄기차게 행복도시 원안 추진을 주장해왔다. 중앙정부도 이제 생각을 바꿔 달라. 원안 추진을 위해 ‘투쟁’의 방식이 아닌 대화와 설득으로 관철해나갈 것이다.”

―충남과 충북 도지사는 모두 민주당인데….

“과거 대전시장을 지낼 때에도 모두 다른 정당이었다. 하지만 지역 현안과 관련한 공조 때에는 정당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이유,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도 간 균열이 생길 순 없다. 올바른 행정을 하자는데 이념적, 정치적으로 부딪칠 게 뭐 있겠나.”

―색채가 강한 일부 자치단체장은 벌써부터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시도지사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중앙당의 공천을 받는다는 점에서 정치인이다. 하지만 당선되면 업무의 90%는 행정이다. 행정가여야 한다. 자치단체장이 남북, 외교 문제 등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수 있나. 자신의 소신은 말할 수 있지만 그런 관점을 행정에 적용해선 안 된다. 시도지사가 지나친 정치적 스타일의 행보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선진당 후보로서 중앙당에 건의하고 싶은 얘기는….

“이회창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정책이나 이미지가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열린 모습으로 정치를 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정책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아름다운 보수’를 위해 이 대표가 당분간 정상화시키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모든 선거 때 나타나는 일이지만 선거철 공무원의 줄서기가 있는데….

“정치화된 공무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강등을 시키거나 부당한 인사이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잘못된 인사는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할 일은….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 제조업의 활성화, 기업 유치가 급하다. 대덕연구단지 기술의 상용화는 전임 시장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대전에 사람이 많이 몰리게 할 것이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건강해질 거리를 타 시도보다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 중 하나가 의료관광단지 조성이다. 국내외 사람들이 대전에 와서 임플란트 치과 시술을 받고 더 싼 값으로 훌륭한 성형수술을 하고, 더 체계적인 한방진료와 처방을 받고, 유성온천에서 건강을 되찾는 그런 도시로 만들 것이다.”

―또 다른 사업 구상은 있나.

“독일 뮌헨에서 매년 10월 열리는 맥주축제는 세계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 대전에서도 와인축제를 할 수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와인의 고장을 방문해 대전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와인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일산의 호수공원과 같은 볼거리도 대전에 만들겠다. 엑스포과학공원에 사이언스 타워를 조성해 대전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

―둔산 신도시 조성 및 노은지구, 서남부생활권 개발로 원 도심은 피폐화되고 있다.

“도시 내 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 들어서는 공공기관을 구도심에 배치하겠다. 재건축과 재개발사업 202곳이 모두 답보상태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원 도심의 사회복지적 지원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박성효 현 시장의 정책 중에서 수용할 정책과 개선할 정책이 있다면….

“박 시장도 잘해줬다. 의욕적이기도 했고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몇 가지가 있다. 대덕대로에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자전거도로는 문제가 있다. 이용률도 적고 위험하기도 하다. 도로 중앙선에 나무를 심는 것도 교통 소통이나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은 본질적으로 훌륭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이런 점을 개선하려 한다. 엑스포과학공원에 주거시설을 만드는 재창조 사업은 재고해야 한다.”

인터뷰=최영묵 편집국 부국장
정리=대전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약력

△1944년 충남 논산 출생 △대전공고, 경희대 정외과 △대통령정무비서관 △대전시장 △한밭대 총장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광역교통망-SOC 늘려 ‘제2 수도권’ 기반 구축▼
■ 염 당선자 공약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는 자유선진당의 제1공약인 ‘세종시 원안 관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염 당선자는 세종시가 당초 계획대로 행정부처가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된다는 전제 아래 충청권이 제2의 수도권으로 확장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대전도시철도를 세종시까지 연장하고 청주공항과 정부대전청사, 세종시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또 교육 문화·체육 레저관광 쇼핑 등의 기능을 강화해 대전이 세종시의 ‘모(母)도시’ 기능을 맡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대전을 첨단미래기술 중심의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우선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엑스포 과학공원을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 항공우주 등 첨단미래기술의 상징적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과학체험공간인 ‘사이언스테크뮤지엄’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도 주요 공약에 포함돼 있다. 청주국제공항 등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해 성형 정형 치의학 한방의학 의료검진 등의 의료 특화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숙박 및 관광 쇼핑 등을 연계해 ‘체류형 의료관광’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유성의 온천수를 활용한 치료와 성형 미용 등이 접목된 의료웰빙복합단지를 만드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염 후보자 측은 “해외 10개 자매도시에 의료관광을 홍보하고 외국여행사와 함께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의미가 있지만 재원 마련이나 사업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염 당선자는 세계적 와인생산지인 이탈리아 몬탈치노 시의 와인·크리스털 축제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전복지재단을 설립해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시민감사단을 만들어 시정을 점검하도록 하는 등 민간이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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