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광역단체 ‘살생부’ 나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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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충남 강원 등 인수위 구성
4대강 업무 공무원 바짝 긴장

6·2지방선거에서 수장이 바뀐 광역지방자치단체마다 다음 달 1일 새 단체장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업무 인수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 당선자 측은 지자체별 상황에 맞춰 각계 전문가 등을 영입해 ‘인수위원회’나 ‘기획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행정업무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수위 운영에 따른 업무 공백 우려와 ‘인사태풍설’ 등이 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인수위를 통해 잘못된 시정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 여부를 밝히고, 사안에 따라 사직 당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천시청 공무원들은 한마디로 ‘좌불안석’인 상태다. 전임 시장에게 줄서기를 했던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살생부’까지 돌고 있다. 또 전임 시장이 임명한 공사와 특수목적법인 경영진은 “언제 사표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대전에서도 염홍철 시장 당선자 캠프와 관가 주변에서 ‘살생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염 당선자가 “당선 이후 일부에서 인사 태풍이 불 것이라는 등의 예측은 잘못된 억측으로 보복인사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일부 실국장과 과장, 산하 기관장 5, 6명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대전시청의 한 공무원은 “캠프 측에서 벌써부터 ‘○○○는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 줬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공무원 대부분이 매우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단체장이 교체된 지자체마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대로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 경남, 제주, 강원에서도 당선자들이 인수위를 구성하자 공무원들이 다소 긴장하는 분위기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이날 ‘인수위’라는 명칭 대신 기획위원회라는 명칭을 쓰기로 하고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 기획위원회’ 운영에 들어갔다. 그는 인사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일반 도정과는 별도로 국정 현안인 세종시와 4대강 관련 별도 분과를 운영키로 하자 그동안 4대강 관련 업무를 했던 공무원들이 다소 동요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8일 인수위를 구성해 10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도 6개 분과 30명 안팎으로 구성된 도지사직 인수위를 11일부터 가동키로 하자 도청 공무원들은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으로 어떤 사람이 선임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직무정지 가능성이 있는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도 5일 김대유 전 대통령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인수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선고 결과에 따른 다양한 가능성이 있어 공무원들이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시도지사 재임 경험이 있거나 관료 출신들은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와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별도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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