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천안함 양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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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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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표 맞다면 北에 1차 책임…대북정책 실패한 정부도 잘못”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담화문’ 발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담화문’ 발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안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회견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 단 한마디 사과도, 문책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무능한 군 통수권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선거운동 개시일(20일)에 서둘러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다음 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며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기 위해 46명의 젊은 장병들의 죽음을 방패막이로 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가 이날 지원유세 일정까지 변경해가며 긴급회견을 자청해 강공을 편 것은 천안함 폭침 사건 여파로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지 못하자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선거전의 대립각을 재정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정부의 발표가 맞다면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겠지만, 남북관계의 긴장을 불러온 정부의 실패한 대북 정책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공식 회견에서 북한의 책임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정부의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따져서 다른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부 발표를 인정하겠다. 지금까지는 정부 발표만 있었기 때문에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다소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권이 북풍(北風)을 조장하고 선거에 개입하려고 해도 깨어있는 시민과 행동하는 양심이 야당에 힘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DJ가 남북 평화의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평화와 안보 둘 다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을 옹호하고 우리 정부만 비난하던 민주당이 뒤늦게 양비론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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