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24시 밀착 르포]<1>경남도지사-한나라 이달곤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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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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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전… 묵묵히 갈것”
“경남을 상하이처럼…” 로터리-시장 곳곳 누벼

한나라당 이달곤 경남도지사 후보(오른쪽)가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상남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한나라당 이달곤 경남도지사 후보(오른쪽)가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상남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6·2지방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이다. 동아일보는 24일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후보 간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경남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충남 시도지사와 서울, 경기 교육감 선거 주요 후보들의 표밭갈이 현장을 동행 취재한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바닥을 쳤으니 열∼씨∼미 해야죠.” 24일 한나라당 이달곤 경남도지사 후보의 표정은 밝았다.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밀리다 무소속 김두관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월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영향을 준 듯했다.

이날 오전 7시 20분 경남 창원시 명곡로터리에서 그는 운동원들과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시작했다. 한 여성 연설원은 “땀과 눈물의 가치를 아는 깨끗하고 겸손한 사람 이달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지나는 차량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운 채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가 허리를 90도 숙였다. 그는 “어제 방송연설 녹화가 밤 12시경 끝나 피곤하다”며 “아침 일찍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왔다”고 말했다.

오전 8시 반. 이 후보와 참모들은 일제히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기자가 “선거 중반인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가야 할 곳은 많고 시간은 제한돼 있는 점”이라고 답했다. 지지율 변화에 대해서는 “민감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웃었다.

국밥을 절반가량 비웠을 무렵 수행원이 눈치를 줬다. 인근 한나라당 경남도당에서 오전 9시부터 정몽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살려라 경제 희망캠프’와 함께 공약발표회를 열기로 돼 있었기 때문. 그는 용수철 튀듯 자리에서 일어나 차에 올랐다. 도당 5층 회의실에는 정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원내대표, 정병국 사무총장, 고흥길 정책위의장 등 현역의원 20여 명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한나라당과 저의 탄탄한 정책을 알려 도민 선택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전 11시 마산 국립3·15민주묘지를 참배하려던 이 후보는 일정을 갑자기 변경했다. 같은 시간 마산 S호텔에서 열린 한국불교태고종 경남교구 종무원장 이·취임식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 행사장에서 민주당 최철국 경남도당위원장이 “김해시장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자 그는 “나도 좀 도와 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전 11시 40분 그는 다시 창원으로 향했다. 차 속에서 기자가 “질 거라는 생각을 해봤느냐”고 묻자 “(당선)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두관 후보에 대한 공격이 늘었다”고 하자 “실체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예의를 차렸는데, 나에 대해 역선전을 많이 하더라”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창원종합터미널 뒤 팔용시장에서는 3·15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정 대표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대열에 합류한 그도 부지런히 허리를 숙였다.

연설차량에는 정 대표와 권경석 의원, 이주영 경남도당위원장, 전여옥 의원이 함께 올랐다. 차량 바로 앞으로 무소속 김두관 후보 사무실이 보였다. 정 대표는 “경남 명물은 달고나(달곤아) 수박이고, 경남이 자랑하는 후보는 달고니(달곤이) 후보”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이어 이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저 건물에 큰 이름 쓴 사람(김 후보 지칭)이 창원시 통합을 반대하고 발목을 잡았다. 이 당 저 당 옮겨 다닌 사람이 통합 창원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수가 터졌다.

연설을 마친 그는 상남시장으로 내달렸다. 이곳은 오후 2시 반 찾을 계획이었으나 정 대표 일정에 맞춰 앞당긴 것. 여기서도 정 대표와 짝을 이뤄 상가 전체를 훑었다. 상인 김동혁 씨(65)는 “서민 살기가 힘드니 제발 잘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점심은 수행원들과 돼지국밥으로 해결했다. 그는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어야 국가사업을 따올 수 있다. 경남을 중국 상하이처럼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 20분경 그는 수행원과 함께 차에 다시 올랐다. 잠시 차 안에서 토막잠을 청한 뒤 상남동 성원주상가와 가음정시장을 누빈 그는 오후 6시 반경 수행담당인 강주혁 비서(29)에게 남은 일정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오후 7시 경남은행 지점장단 간담회, 8시 거리유세, 9시 전략회의, 10시 토론회 준비’였다. 그는 “오늘도 밤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긴 어렵겠다”며 “이기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산·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24일 오전 6시 40분. 경남 마산시 내서읍 마산농산물도매시장에 흰색 점퍼 차림의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들어섰다.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했지만 김 후보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사장님들 바쁘더라도 악수는 한번 하입시더”라며 두 손으로 사람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제야 상인들도 ‘단골 출마자’인 그를 알아차리고 “아이고, 장관님 오랜만입니다” “이번엔 어느 당으로 나오셨어요”라며 물었다. 한 상인이 “당선되면 야당에 입당하실 겁니까, 아니면 여당에 입당하실겁니까”라고 ‘돌발 질문’을 했지만 김 후보는 “도정을 운영하는데 당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선되더라도 어느 당에도 입당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그는 “삼세번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꼭 이기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오전 경남 마산시 내서읍 마산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두관 후보 선거사무소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왼쪽)가 24일 오전 경남 마산시 내서읍 마산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두관 후보 선거사무소

오전 7시 반경. 김 후보는 마산시 진동면의 한 식당에 도착해 20여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갈비탕을 먹었다. 식사 중이던 그에게 ‘요즘 선거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었다. 김 후보는 “2002년과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올 때만 해도 한나라당이란 거대한 장벽을 느꼈는데 이번 선거에선 그 벽이 사라진 기분”이라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이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2002년,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각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16.9%와 25.4%의 지지를 얻었을 때에 비해 괄목할 만한 중간 성적이다.

이런 성적은 경남도지사 선거에만 세 번째 도전하는 김 후보의 높은 인지도와 야권후보 단일화 효과에 더해 공천 후유증에 따른 한나라당 지지표 분열이라는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달아오른 추모 분위기도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가 경남에서 지역패권주의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이 후보 측 공세도 만만찮다. 김 후보는 “큰 선거에서 한두 번 떨어지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도망가는데 난 꾸준히 출마하면서 도민과 신의를 지켰다”며 “이 후보는 경남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인사와 유세를 마친 뒤 방송연설 녹화를 위해 마산MBC로 향하는 김 후보 차에 동승했다. ‘민들레’라고 쓰인 약병이 눈에 띄었다. 김 후보는 “친구가 목에 좋다고 보내준 민들레 씨인데 몇 번 안 먹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국철강 노조와의 오찬간담회를 마지막으로 오전 선거운동을 마쳤지만 숨 돌릴 틈은 없었다. 그는 창원시 팔용동 선거캠프에 들어오자마자 23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경남 함안군 유세 발언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다시 경남도청 기자실로 향했다. 앞서 민주당은 23일 김 원내대표가 유세에서 ‘1-가’, ‘1-나’, ‘1-다’로 돼 있는 한나라당 군의원 후보 3명을 모두 당선시켜 달라고 당부하면서 아버지는 ‘가’ 찍고, 엄마는 ‘나’ 찍고, 아××들은 ‘다’ 찍도록 여러분 훈련 잘하시기 바란다”고 말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지역 사업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가 김두관 후보에게 지면 이거 다 취소된다.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경남도민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협박을 한 데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경남이 정권의 하수인이냐”면서 “여러분이 경남의 자존심을 세워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유세에 나서는 그에게 ‘요즘 어떤 마음가짐으로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당선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된다, 당선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선거를 합쳐 5번이나 낙선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일까, 아니면 이번만은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까. 그는 “둘 다”라며 “선거가 어려울 때는 이런 고민을 안 했는데 지금은 가능성이 있으니 더 고민하게 된다”며 웃어 보였다.

마산·창원=박진우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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