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총리공관 현장검증…경호팀장 수행과장 비서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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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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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예전과 비슷한 것 같다" 총리공관 현장검증 1보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에 앞서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부를 기다리고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에 앞서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부를 기다리고 있다.


"아 오랜 간만에 왔네요"

22일 오후 2시경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집무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총리공관에 들어서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공관 1층 식당에서 오찬을 하고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담당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과 함께 공관을 다시 찾았다.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찬장은 현재 집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요청에 따라 2006년 말 오찬 상황처럼 원형 테이블, 의자 4개, 장식장, 에어컨, TV, TV받침대 등이 설치됐다.

이날 현장에는 검찰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후 곽 전 사장 변호인과 한 전 총리 측,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판사 3명이 순서대로 도착했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과 함께 현관에 들어서며 "예전과 다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한 뒤 오찬장 앞 복도와 복도에 있는 소파 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된 것 보면서 "여기가 좀 달라졌네"라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2006년 당시 공관관리팀장과 경호팀원들이 배석했다.

검증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법정 증인으로 나왔던 경호원을 검찰이 재조사한 것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처음 조사한 것과 법정 증언이 너무 달라서 진술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위증인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검찰에서 진술과 법정 증언이 매우 다른 증인은 매우 많았는데 유독 윤모 경호원만 따로 조사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양측은 이 부분 공방을 다음 공판 때 이어가기로 했다.

재판부는 우선 주차장에서부터 검증을 시작했다. 진입경로와 행사 종료시 차량 대기 위치 및 출발 지점 확인 등을 확인했고 거리는 검증마칠 때 쯤 일괄해서 재기로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중단 없이 검증은 진행됐다.

변호인은 오찬장 창문을 통해 정원에서 오찬장 내부가 보인다는 점과 정원에 돌의자, 돌탁자가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검찰은 "굳이 정원이나 도로에 나와서 안을 들여다 볼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후 재판부는 현관으로 들어가 현관의 크기,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는 사람 수 등을 확인한 뒤 부속실 내부로 향했다. 변호인단은 "각 단계에서 제출한 도면과 유사하거나 일치하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당시 상황의 재연이 시작됐다. 당시 총리 수행과장이었던 강모 과장은 참석자 중에 한명이 오찬장 문을 열고 나오자 이를 보고 있다가 쇼파에서 오찬장 앞으로 다가가는 장면을 재연했다. 검찰은 "수행가방 등 짐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짐을 든 채 재연은 다시 시작됐다. 쇼파에서 오찬장 앞까지 가는 시간은 4.5초 정도 걸렸다.

변호인은 "오찬장 문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할 때 경호원이 대기하는 소파지검까지 들리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 사람이 '가나다라'를 양 지점에서 나직한 소리로 말했고 이 소리가 양쪽에서 들리는지를 확인했다. 참석 기자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소리가 들렸다.

이후 변호인은 소파에서 오찬장 입구가 잘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호원 윤 씨가 법정에서 증언한 것과 같이 오찬장과 복도로 통하는 문을 주먹하나 정도 크기로 열어두는 것도 재연했다.

검찰은 경호과장 강 씨가 법정에서 이 문을 평소 닫아두며 열 때 딸깍소리 나는 것을 듣고 바로 일어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문이 주먹크기로 열려 있을 때와 닫혀 있을 때 소리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재연해 봤다.

이후 검찰은 준비한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곽 전 사장의 설명에 따라 의자에 꺼내놓는 장면을 재연하고 시간을 재기도 했다.


▲동영상 = 사상 첫 총리공관 현장검증, 공관 앞 이모저모

한명숙 "서랍 쓴 적 없다" 총리공관 현장검증 2보
<<22 일 3시45분 이후 현장검증 상황>>

22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 모습. 좌측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22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현장검증 모습. 좌측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왼쪽부터 백승헌 변호사,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왼쪽부터 백승헌 변호사,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

총리공관 오찬장 테이블은 흰색 테이블 보로 덮여있고, 옅은 갈색과 진한 갈색이 섞여있는 의 자 4개가 놓여있었다. 등받이는 60cm가량, 등받이 아랫부분은 5cm 정도 뚫여있다.

먼저 변호인은 양복 단추 2개 양복입은 변호인측 사람을 곽 씨의 대역으로 재연에 이용했다. 곽 씨의 키를 물어보자 170cm라고 답했고 검찰은 "그 정도는 안 돼 보인다"고 답했다.

이후 곽 씨는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곽 씨 :식사 마친 뒤 일어나면서 허리를 숙인 채로 봉투 하나씩을 꺼내서 앉았던 의자에 놓았다.

재판부: 겹쳐서 놓았나 일렬로 해서 식탁 방향으로 놓았나?

곽 씨 : 테이블 방향으로 해서 겹치지 않게 뒀다.

변호인 측은 이 상황을 재연하며 곽 씨가 돈 봉투를 두고 오찬장 문 밖으로 나가는 데 까지 15초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변호인 : 당시 총리님 위치는 어디였나?

곽 씨 :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총리님이 좀 늦게 나왔다.

변호인 : 어느정도 차이?

곽 씨 :정확하게는 잘…

변호인 : 따라 오는 소리 들었나?

곽 씨: 기억이 잘…

검사 : 실제 걸어보면서 카펫이 두꺼워서 소리가 안난다. (실제로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옷이 구겨지는 소리 정도만 들렸다.)

이후 검찰은 똑 같은 상황을 다시 재연했다.

한 검사가 총리 역할을 했고 주임 검사가 곽 씨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검찰 측 인원들은 정세균 강동석 장관의 대역을 맡았다.

검사(총리 역할):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하며 일어났고, 그 사이 장관 역할자 2명이 나가고, 곽 씨 역할을 맡은 검사가 돈 봉투 2개 꺼내면서 뒷따라 나갔다. 봉투 두자 마자 총리 역할을 맡은 검사는 돈 봉투를 챙겨서 테이블 뒤에 있는 서랍장 왼쪽 제일 위에 서랍에 넣고 뒷따라 나갔다.)

총리 역할 검사는 현관 까지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잡았다. 총리 역할 검사는 참석자들에게 “잘 들어가세요”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명숙 전 총리는 옆에 사람에게 나즈막히 "나는 저 서랍 쓴 적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3차례 반복해서 재연했다. 재판부는 오찬장 안에서 지켜보면서 한번, 문밖에 나가서 문에서 나오는 장면 한번, 또 현관 앞에서 지켜보면서 한번 3번을 반복해서 검증했다.

총리 역할을 맡은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오찬장으로 다시 들어가서 돈을 챙기고 곽 씨가 이를 봤다고 정리했고, 변호인 측은 "곽 씨가 (오찬장 나온 이후 한 총리를) 못봤다고 했다”며 설전을 벌였다.

이후 또 한 차례 재연이 이뤄졌고 재판부는 서랍 여는 소리와 문이 열린 상태에서 서랍 소리가 들리는지를 확인 했다.

검찰 측이 시범을 보이자 문 열린 상태에서 밖에서도 서랍 여는 '드르르륵' 소리가 들렸다.

변호인 측이 시범을 보이자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두 상반된 상황에 재판부는 웃음을 띄었고 한 전 총리 측 사람들도 “서로 다르네”라며 웃었다.

한명숙 "좋은 날이네요" 총리공관 현장검증 3보

22일 총리공관 현장검증. 2006년 12월 20일 오찬장 모습 재연.
22일 총리공관 현장검증. 2006년 12월 20일 오찬장 모습 재연.

22일 총리공관 재연 시간은 다음과 같다.

-총리 수행과장 강모 씨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오찬이 끝난 뒤 문이 열린 뒤 문 앞까지 걸어간 시간은 5초

-곽영욱 씨가 돈 봉투를 의자에 놓고 일어서는데 까지 15초.

-(변호인측 재연)곽 씨가 오찬장에서 현관까지 걸어나가는데 4~5초

-(검찰측 재연)곽 씨가 일어나서 돈봉투 내려놓고 한 전 총리가 돈 봉투 집어 뒷편 서랍장에 넣고 일행들 따라나가는 걸로 재연한 결과 34초

-강동석 장관이 가장 먼저 일어났다고 할 때 현관까지 21초(검찰측 재연)

이 밖에 재판부는 오찬장 드레스룸 문을 여닫을 때 오찬장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서랍장 여닫는 소리가 오찬장 밖에서 들리는지도 검증했다.

돈 봉투의 크기도 쟀다.(5만달러 세로 16cm, 가로 8cm, 높이 7cm, 3만달러 높이는 3.2cm, 2만달러 높이는 2.6cm )

현장검증은 2시에 시작해 5시경 모두 마쳤다. 검찰은 1시반에 도착해 현장은 미리 점검했고 한 전 총리는 1시45분 도착, 본관 문 앞에서 차에서 내린 뒤 공관 앞 정원을 둘러봤다.

이후 변호인단이 도착했고 2시 경 재판부가 현장에 이르렀다.

한 전 총리는 재연 내내 오찬장안에서 팔짱 낀 채 웃으면서 지켜보거나 뒤로 돌아서 창문에서 내리는 눈 보면서 "눈이 정말 많이 내리네요. 좋은 날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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