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앞둔 김태호 경남지사 돌연 “지방선거 불출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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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겨냥? 장관 제의?

《김태호 경남지사가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25일 공식 선언했다. 김 지사의 거취 표명을 시작으로 경남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도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생각으로 뜻을 펼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음 달 2일이 도지사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마감은 5월 12일)이다. 지금쯤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도지사를 당장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고 남은 임기 5개월 동안 현안을 챙기겠다”고 말했다.》김지사 불출마 왜
중앙무대 진출 대권꿈 꾸는듯
‘靑 입각제의설’엔 양측 부인

개각시계 빨라지나

정종환 충남지사 후보 물망
유명환-전재희 교체설도

바야흐로 지방선거 국면
이달곤 박완수 김두관 등
차기 경남지사 후보 떠올라


경남 거창 출신인 김 지사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과 경남도의회 의원, 거창군수를 지낸 뒤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도지사에 당선돼 2006년 연임에 성공했다. 지역에서는 3선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불출마 선언의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당초 김 지사 주변에서는 “청와대로부터 장관직을 제안 받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지사와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지난주 김 지사로부터 불출마와 관련한 ‘의례적인 통보’가 왔을 뿐 협의는 없었다”며 다소 냉랭한 기류를 내비쳤다. 그는 “인사가 어떻게 될지 단정지을 순 없지만 장관직 제의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친박(친박근혜)계에 가깝다는 점에서 굳이 청와대가 장관직을 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김 지사가 차기 총선을 겨냥해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기 총선(2012년)에서 연고지인 거창(선거구는 산청-함양-거창)에서 출마해 중앙 정치무대에 진입한 뒤 장차 대통령선거 도전까지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날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밖에 김 지사가 6월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다음 행보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다.

김 지사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본인의 거취를 밝힌 만큼 차기 경남지사를 노리는 후보들의 경쟁도 수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박완수 창원시장, 황철곤 마산시장, 한나라당 권경석 이주영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문원경 전 소방방재청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경남 이외 지역에서도 곧 현직 자치단체장의 행보와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과도 연결돼 있어 이르면 다음 달 개각이 단행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에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충남지사 후보로 나온다는 말이 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장수 각료’들의 교체가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가족의 건강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차관급에선 황준기 여성부 차관이 경기 성남-광주-하남시장 후보로, 청와대 참모 중에서는 정용화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개각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방선거와 맞물려 개각 요인이 있으면 당연히 빈자리를 채우는 후속 인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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