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건넸다는 곽 前사장과 대질… 韓, 대응않고 듣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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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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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에 손얹고 묵묵부답
귀가후 “검찰개혁 필요 느껴”
소환땐 지지자 난동 소동도

연행되는 韓 전총리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체포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지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이날 지지자들은 ‘정치검찰 OUT’ ‘민주주의 사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전 총리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행되는 韓 전총리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체포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지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이날 지지자들은 ‘정치검찰 OUT’ ‘민주주의 사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한 전 총리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오후 6시경 서울중앙지검 1123호 영상녹화조사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마주 앉았다. 대질조사에서 곽 전 사장은 2006년 12월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네던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했으나, 한 전 총리는 성경책에 손을 얹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오후 1시 반부터 시작됐다. 권오성 특수2부장이 신문을 했고, 곽 전 사장을 조사했던 주임검사가 함께 참여했다. 한 전 총리 옆에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조광희 변호사 등 변호인단 4명이 2시간씩 돌아가며 앉아 조사과정을 지켜봤다. 한 전 총리는 최초 진술을 한 뒤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검찰 조사를 마친 오후 9시 38분경 아무런 언급 없이 차를 타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으로 되돌아갔다. 이어 오후 10시 33분경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허위 조작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며 “총리를 지낸 사람에게도 이렇게 허위 조작을 하는데 그동안 일반 국민이 검찰에 얼마나 고통을 당했겠나. 검찰 개혁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배석했던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사장과 대질심문을 했지만 곽 전 사장은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말도 정확하지 않아 여러 가지에서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이 때문에 곽 사장이 계속 검사에게 혼났는데, 보석으로 나와야 할 절박한 상황이어서 진술이 강요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검찰의 영장에 ‘곽 전 사장이 총리공관에 지인 여러 명과 함께 갔다’고 적시된 대목에 대해 “검찰이 (영장에) 지인이라고만 했지, 구체적으로 적시를 안했다”며 “한 전 총리 조사 과정에서 (지인이 누군지) 얘기를 들었지만 이건 검찰이 밝히고 명백히 조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검사 1명과 수사관 4명은 이날 낮 12시경 한 전 총리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노무현재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들은 변호인과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상임이사실에서 한 전 총리가 이사장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전 총리는 12시 25분경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총리라는 명예도 잠시 내려놓고 거칠고 험한 싸움을 해 나가기 위해 이 길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 박주선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낮 12시 40분경 재단 사무실에서 스님 복장의 40대 남성이 “한 총리는 검찰에 가지 마시라”고 외치며 문구용 칼을 꺼내들고 검찰 관계자 쪽으로 달려드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제지당하다 칼날에 오른손 중지 끝을 베였는데 “자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측근 등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낮 12시 44분경 검찰 수사관들이 타고 온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올라탔다. 지지자 30여 명이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탄 승용차는 오후 1시 1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지하주차장에 도착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에 있는 권오성 특수2부장실로 들어가 20여 분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주현 3차장과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도 참석했다. 김 차장이 “총리 예우에 어긋나지 않게 조사하겠다”고 말하자 한 전 총리는 “총리 예우를 원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 왔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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