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통령 나설때까지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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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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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용 침낭-타이즈 내복 준비
올해 3번째 국회 ‘숙박 농성’
與의원들과 이틀째 몸싸움

예결위원장은 단상 못 오르고…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 이틀째인 18일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좌절된 직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단상에 올라 민주당 측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위원장석엔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앉아 있다. 원대연 기자
예결위원장은 단상 못 오르고…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점거 이틀째인 18일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단상 진입을 시도했다 좌절된 직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단상에 올라 민주당 측 견해를 밝히고 있다. 위원장석엔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이시종 의원이 앉아 있다. 원대연 기자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18일 이틀째 국회에서 충돌했다. 17일 민주당의 회의장 점거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 구성안 의결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18일 소위 구성을 다시 시도하면서 민주당과 충돌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위원장과 예결위원 20여 명은 이날 오전 회의장에 들어가 전체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위원장석 등 단상을 점거한 채 진을 치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심 위원장이 단상 밑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리를 비켜 달라. 소위 자체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항의하자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한나라당으로부터 점거를 배웠다”고 받아쳤다. 위원장석을 중심으로 의원들 간에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의 제의로 양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간 회담이 열렸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소위를 하루빨리 구성하고 예산에 대해 실질적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4대강 관련 근본적 문제해결 없는 소위 구성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막판에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은 최악의 국회를 만든 최악의 정당이며, 대화·협상 불능 야당”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더 큰 인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민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을 지속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계수소위 없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예결위원 29명은 이날 오후 회의를 갖고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단독으로 실질적 예산심사를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예산안을 계수소위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수용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여당 대표까지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외면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 “(노동법·예산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농성과 협상을 병행하며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전날 이강래 원내대표와 예결위원 등 10여 명이 회의장에서 잠을 잔 데 이어 이날 조를 교대해 ‘숙박 농성’을 이어갔다. 상임위를 기준으로 전체 의원을 5개 조로 나눠 회의장 점거를 이어가기로 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숙박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등산용 침낭과 얇고 보온효과가 좋은 ‘타이즈 내복’을 준비하는 등 ‘숙련된’ 모습이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열린 당5역 회의에서 “국회에서 예산 심의 중인 4대강 사업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여야 간 절충과 협상으로 해결할 문제에 대통령을 불러들여 협상하는 것은 입법부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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