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의 ‘파’자도 안 나왔지만… 더 뜨거워진 ‘아프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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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 한미 연례안보협 공동성명
美, 한국의 국제적 군사기여 강조… 사실상 파병 타진
게이츠 “2012년 전환 절대적으로 확신”… 연기說불식
“한반도 위기때 세계 전역의 미군 전력 동원해 방어”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의 핵심은 북한의 핵 위협을 포함한 한반도 위기 때 미국이 핵과 재래식 전력 등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 강력 대처하기로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를 위해 확장된 억지력의 구체적 실현수단을 처음으로 공동성명에 포함했다. 또 최근 연기 논란이 제기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기존 합의대로 2012년 4월 17일까지 추진하기로 재확인했다.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한국의 ‘국제적 군사 기여’를 이례적으로 강조해 아프간 지원에 동참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 아프간 파병은 한국이 결정

양국이 이날 발표한 16개 항의 공동성명에는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과 관련된 문구가 없다. 그 대신 한미 양국은 평화유지활동과 안정화 및 재건 지원, 인도적 지원 등 광범위한 세계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을 계속 증진한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공동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대한 각종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아프간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칫 동맹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파병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대신 한국군의 이라크와 아프간전쟁 지원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의 국제적 군사 기여를 강조한 것은 사실상 파병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장관이 “국제사회에서 아프간 지원을 희망하는 국가가 있다면 환영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SCM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아프간 파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아프간 지원 문제를 온전히 한국 정부의 몫으로 넘김에 따라 앞으로 파병을 비롯한 다각적인 아프간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전작권 전환은 예정대로

양국은 현재 전작권 전환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2012년 4월 17일까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기존 합의를 확인했다. 이번 SCM 직전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전작권 전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언론 보도로 제기됐던 논란을 불식시킨 것이다. 게이츠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작권 전환) 진행 수준은 매우 만족스럽고 솔직히 대단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2012년 4월 17일 전환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국이 2012년을 목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매년 전환작업을 점검 평가해 보완해 나가기로 한 만큼 현 상황에서 합의 시기를 건드려 오해와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기가 고조되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전작권 전환 연기 여론이 확산될 경우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확장된 억지력의 구체화

양국은 이번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확장된 억지력의 구체적인 실현수단으로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방어(MD) 능력 등을 명시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나 핵 공격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 응징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경고이자 한국 방어의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확장된 억지력의 수단이 명기됨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핵무기를 탑재한 항공기와 잠수함, 항공모함뿐 아니라 재래식 타격전력을 한반도로 이동시켜 이를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MD 체계에 따라 요격을 시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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