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학생소년궁전이 北 해커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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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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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모습. 이 사진은 2005년에 촬영된 것이다. 북한에서 최신 컴퓨터로 실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엄선된 극소수에 불과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학생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는 모습. 이 사진은 2005년에 촬영된 것이다. 북한에서 최신 컴퓨터로 실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엄선된 극소수에 불과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北 해커 양성 어디서 어떻게

● 금성1,2고등중학교, 컴퓨터 수재 10세때부터 年500시간 교육
● 평양-만경대 소년궁전, 금성고등 특기생들 방과후 집중 실기훈련
● 김일군사大(미림大), 해외실습 거쳐 年10여명 정예해커로 육성


북한의 해커는 얼마나 되며 어디서 어떻게 길러질까. 최근 한국의 군과 정부기관 연구소 등의 주요 사이트가 이들의 해킹에 잇따라 뚫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군 소속 해커부대의 양성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열 살 때부터 컴퓨터 수재 집중 양성

북한 해커의 대다수는 평양 중심부에 있는 평양학생소년궁전이나 광복거리 끝에 있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자라난다. 이 두 곳은 남한 대표단이나 관광객들의 단골 관광코스다. 방문객들은 컴퓨터 앞의 학생들을 격려하면서도 북한 해커의 상당수가 이들 가운데서 나온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북한의 대표적 수재학교는 평양1고등중학교를 비롯해 각 도에 하나씩 있는 1고등이지만 ‘컴퓨터 수재’는 예상외로 북한의 예체능 특기생을 양성하는 금성1, 2고등에서 양성되고 있다. 이 두 학교에는 2001년에 ‘컴퓨터 수재반’이 생겼다. 북한 함흥컴퓨터기술대학 교수 재직 당시 컴퓨터 수재반 교육과정안 작성에 참여한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학생들은 만 10세 때부터 6년간 매년 500시간이 넘는 집중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연간 교육시간은 한국의 대학 컴퓨터전공학과에 비해 많게는 2배나 되며 교육수준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들은 수업 후엔 곧바로 학교 옆에 위치한 소년궁전의 컴퓨터실로 옮겨가 실기를 익힌다. 이렇게 양성된 특기생 중 상당수는 군 관련 분야에 종사하며 국가의 최고 비밀인력인 해커로도 키워진다. 상당수 컴퓨터 수재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이다.

○ 논란 부르는 북한 해커 규모

북한의 해커 규모와 능력은 늘 논란의 대상이다. 심지어 북한의 해킹 능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능가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북한이 김일군사대학(일명 미림대학)에서 해마다 해커를 100명씩 양성하며 북한 해커 1000명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라는 증언도 있다. 김 대표는 “평양 문수거리 평양산원 인근에 사이버전담부대가 있는데 후방인력까지 모두 합해야 600명 정도이며 책임자는 중좌(중령)급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해커들은 과거에는 중국에 팀 단위로 파견 나와 독립적으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몇 개 팀이 고정적으로 상주하면서 서로 연계를 맺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몇 개 팀에 불과하다고 해도 이들이 협동해 공격하면 관리자 한두 명이 담당하는 대다수 사이트는 방어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기술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탈북자 A 씨는 “미림대학에는 컴퓨터 수재반 학생이 10여 명에 불과하며 이들에게만 해외 실습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이 대학에서 전기 기계 통신 등 기술 인력이 100여 명씩 배출되나 이들은 각 부대에 배속돼 해킹과 상관없는 직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미림대학 졸업생 전부를 해커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해커 전담 부대처럼 묘사된 기술정찰국도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북한군 정찰국은 전투정찰국과 기술정찰국으로 나뉘며 기술정찰국의 핵심부대는 통신부대와 도청부대이다. 기술정찰국은 평양 인근 승호리와 용성에 주요기지를 두고 미군 통신 송수신 감청, 한국 방송 청취, 일본 자위대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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