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선거 파수꾼 ‘정치 중립’ 흔들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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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직원 67% ‘민공노’ 소속… 내달 민노총 가입

고도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동조합이 공무원 노조의 핵심 지부로 활동하며 불법 정치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4일 입수한 선관위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선관위의 6급 이하 일반직 1803명 가운데 99%인 1786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선관위 노조는 불법 정치활동으로 논란을 빚은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의 지부다. 전체 선관위 직원은 2648명으로 이 중 약 67%가 민공노 소속이다. 민공노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법원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2일 통합공무원노조 결성을 가결하고 11월 민주노총에 가입할 예정이다.

특히 선관위 노조는 지난해 7월 경향신문에 ‘미친 소 반대. 2MB(이명박) 정부에서 할 일이 늘어만 간다. 공무원을 MB 찬양의 앵무새로 만들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촛불을 끄겠다는 이야기’ 등의 정치성 구호가 담긴 광고를 싣기도 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선관위 노조의 위법 여부를 묻는 신 의원의 서면 질의에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규정’ 및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만 답변했다.

또 선관위 조귀현 노조위원장(51)은 노조 전임이 아님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근무시간에 20차례 가까이 불법으로 노조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 씨는 2008년에 15회, 올해 4회 노조 행사에 참여했다. 신 의원 측은 “이는 지방공무원법상 직장이탈금지 규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단체협약에도 위법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협약 3조는 ‘본협약이 정한 근로 기준은 일반사항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계약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무원노조법 10조 (법령 조례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단체협약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 위반이라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이 밖에도 교섭 대상이 아닌 내용이 32건이나 포함돼 있다고 노동부는 지적했다.

문제는 각종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신 의원은 “선관위의 별도 규칙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선관위 노조원의 절대 다수가 민노총 소속으로 활동하면 정치적 편파성을 띨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박이석 총무과장은 “그동안 (선관위 노조의) 정치 광고 게재 사실을 몰랐다. 진상을 파악해 조치를 취하겠다”며 “근무시간 중 불법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출장 기록 등을 파악해 징계하겠다. 위법한 단체협약 사항도 조만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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