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동조합이 공무원 노조의 핵심 지부로 활동하며 불법 정치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4일 입수한 선관위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선관위의 6급 이하 일반직 1803명 가운데 99%인 1786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선관위 노조는 불법 정치활동으로 논란을 빚은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의 지부다. 전체 선관위 직원은 2648명으로 이 중 약 67%가 민공노 소속이다. 민공노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법원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2일 통합공무원노조 결성을 가결하고 11월 민주노총에 가입할 예정이다.
특히 선관위 노조는 지난해 7월 경향신문에 ‘미친 소 반대. 2MB(이명박) 정부에서 할 일이 늘어만 간다. 공무원을 MB 찬양의 앵무새로 만들어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촛불을 끄겠다는 이야기’ 등의 정치성 구호가 담긴 광고를 싣기도 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행안부는 선관위 노조의 위법 여부를 묻는 신 의원의 서면 질의에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 규정’ 및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만 답변했다.
또 선관위 조귀현 노조위원장(51)은 노조 전임이 아님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근무시간에 20차례 가까이 불법으로 노조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 씨는 2008년에 15회, 올해 4회 노조 행사에 참여했다. 신 의원 측은 “이는 지방공무원법상 직장이탈금지 규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단체협약에도 위법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협약 3조는 ‘본협약이 정한 근로 기준은 일반사항 및 조합원과 맺은 개별계약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무원노조법 10조 (법령 조례 예산에 의해 규정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단체협약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 위반이라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이 밖에도 교섭 대상이 아닌 내용이 32건이나 포함돼 있다고 노동부는 지적했다.
문제는 각종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신 의원은 “선관위의 별도 규칙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선관위 노조원의 절대 다수가 민노총 소속으로 활동하면 정치적 편파성을 띨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박이석 총무과장은 “그동안 (선관위 노조의) 정치 광고 게재 사실을 몰랐다. 진상을 파악해 조치를 취하겠다”며 “근무시간 중 불법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출장 기록 등을 파악해 징계하겠다. 위법한 단체협약 사항도 조만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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