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세계의 중심국가… 변방 사고 바꾸자”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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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10년 유치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10년 유치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국격, 국운 상승, 선진국, 선도국가, 중심’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또 변방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유치 등으로 한층 높아진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적인 위치는 세계 10위권에 들어왔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은 사실 미약했다. 우리는 항상 남을 따라가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우리의 안을 제시할 여력도 없었고 해오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랜드 바겐’ 정상들에 모두 설명… 우리案 갖고 설득해야
북핵-국제관계

이 대통령은 “이제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고 주최하는 나라가 되면 세계가 우리를 대접해준다. 세계적인 글로벌 이슈를 갖고 논의할 때도 한국을 빼놓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왔다”고 자부했다. 이런 국가 위상 제고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중국 등의 안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좋은 안을 만들어 6자회담 관련국을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6자회담 관련국들이 각자 사정과 전략이 달라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공동의 안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에선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으로 북핵 문제가 상대적으로 뒤에 밀려 있고, 경제 발전에 매진하는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국인 우리가 북핵 해법 방안을 만들고 주변국을 설득해 문제 해결을 주도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북핵 해법을 위한 ‘그랜드 바겐’ 구상을 제안한 데 대해 일부 미국 당국자들이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 한미 공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 자체가 ‘변방적’ 인식이라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설사) 미국의 아무개가 모르겠다고 하면 어떤가. 우리는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의 좋은 안을 설득시켜야 한다”며 변방 사고에서 중심 사고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무시하고 단독 플레이를 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 구상을 제안하기에 앞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보수 진영은 지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구상은 일종의 방법론이다. 북한을 제외한 5자가 무엇을 주고받을지 합의를 이루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북한도 그랜드 바겐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핵문제 해결에 백해무익한 제안’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핵문제에 관해선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주장하고 있어 이 대통령의 제안이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靑, 개헌 주도 안해… 선거제 개편은 국민과 소통하는 길
개헌-선거제도 개편

이 대통령은 개헌을 할 경우 선호하는 권력구조 및 개헌 시기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논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개헌 논의 자체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슈여서 청와대가 주도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대권 구도와 직결된 문제로 현 대통령의 임기 단축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자칫 이념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선 정치권에 논의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품격이 점점 높아지고 우리 사회가 점점 선진화되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 정치의 소통은 없다.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하고 싶었지만 (야당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호남에 가면 여당 의원은 한 사람도 없다. 여당 구의원도 없다. 무슨 시의원 한 사람이 없다. 영남에 가면 야당 국회의원 한 사람 없고 시의원도 없고 지방자치단체장은 말할 것도 없다. 국회도 영호남이 만나 충돌하는 것 아니냐”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다만 “필요하면 정부의 안을 검토해 놓은 것이 있어서 내놓겠지만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소통을 위해, 지역 발전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제도를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투자하고 일자리 만들어 주는 친기업과 친서민은 일치
친서민-기업 정책

이 대통령이 요즘 친(親)서민 행보를 강화하고 서민대책 예산도 많이 배정하는 반면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 정부 출범 초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선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고 그게 투자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서민 프렌들리와 전제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대기업 단체를 찾아가 투자를 많이 해 주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그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할 수 있고 시장 프렌들리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서민 프렌들리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2조 원을 출연해 소상공인에게 융자를 해주는 ‘미소재단’ 설립, 통신료 인하,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록금 대여제도 등을 예로 들며 “위기가 올 때도 그렇고, 끝나갈 때도 서민의 고통은 계속되기 때문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서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쌀값 대책으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쌀값이 자꾸 떨어지니까 풍년이 든 게 더 원망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풍년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풍년이 들어 곡가가 떨어지는 것은 농민과 정부가 서로 협의해서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에 남는 쌀은 쌀값 안정을 위해서 수매를 하려고 한다. 다만 쌀의 수요를 늘려야 한다”면서 “쌀국수, 쌀막걸리, 쌀과자, 쌀떡 등을 만들면 쌀을 많이 생산해도 걱정할 게 없다. 우리 기업계, 산업계에서 협력하고 인식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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