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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6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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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만난 서기정(81. 서울 신길동)옹. 60년 만에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고향땅은 눈에 선하다.
21살 나이에 인민군으로 참전한 그는 네 명의 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두 명의 동생은 형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부모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기 전에 고향 소식을 듣고 싶어.....엄마 한 번 불러보고 싶고 말이지....." 서기정 옹의 눈가에 무색의 액체가 이슬처럼 맺혔다.
서 옹의 고향은 평안북도 연천군. 21살 때 인민군으로 입대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마침 속병이 생겨 병원에 후송된 것이 오늘을 있게 했다. 그와 함께 입대한 동기들은 낙동강 전투에 참전해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그게 말이야. 다 하나님이 도우신 것 아니겠어? 입대하고 바로 설사가 난 거야. 그래서 살았지"
남한에서 결혼하고 세 명의 아들도 키웠건만 가슴 속엔 언제나 허공이 있었단다. 눈만 뜨면 떠오르는 고향땅. 꼴 베던 뒷산은, 멱을 감던 앞 개울은 그대로 일까.
10여년 전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 키울 뿐 바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60년만에 동생들을 보는 거야. 기억인들 나겠어? 동생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래도 만나면 할 말은 많을 거야. 그렇지?"
제일 먼저 고향 소식을 듣고 싶다는 서기정 옹. 고향땅을 직접 밟아 보고 부모 산소에 성묘도 하고 싶단다.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내년 벌초도 동생들에게 부탁할 일이다.
"그래도 나는 행복해. 죽기 전에 동생들이라도 볼 수 있게 됐잖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야."
서기정 옹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출경소식이 완료됐음을 알리는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 안내 방송은 서둘러줄 것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었다.
【고성(강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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