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레임덕 차단? 김정운 보호 작전?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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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1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이시카와 사토시 일본 교도통신 회장을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10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이시카와 사토시 일본 교도통신 회장을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 ‘北후계논의 중단설’ 4가지 엇갈린 분석

《북한은 후계 논의를 중단했을까. 최근 북한 내부에서 후계 논의 중단을 암시하는 다양한 징후들이 감지되는 가운데 형식상 북한의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의 진위와 배경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발언 내용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또 그 배경은 북한 지도부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재체제의 비합리성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따른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살펴봤다.》

[1] 건강 회복한 김정일, 권력분산 막고 국정 장악

‘물폭탄 도발’ 등 정책혼선… 지배층 분열로 인식 가능성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11일 “말 그대로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당분간 후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소장은 올해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국정을 다시 장악하게 됐고 지배 엘리트 내부의 권력분산을 막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후계자로 떠오른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운에 대한 ‘줄서기’가 심화되고 내부 소통과 정책결정의 혼선이 가시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중요한 대외정책에서 과거와 다른 혼선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평가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고 남측에 특사조문단을 파견하는 등 대남 유화 국면이 계속되는 와중에 군부 일각에서 이달 6일 임진강 황강댐의 수문을 열어 남측에 인명피해를 준 사건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 지도부 내에서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등을 놓고 새로운 후계자의 공적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미국을 자극한 도발행위였다는 비난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 김정일 정신적 장애… “내가 언제 그랬냐” 변덕

최근 핵협상도 오락가락… 뇌혈관질환 후유증일수도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정신적 장애에 따른 변덕일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측근들에게 후계논의 공론화를 시인하는 사인을 줬다가 최근에는 ‘내가 언제 그런 뜻으로 이야기했느냐’며 결정을 뒤집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뇌혈관계 질환 치료를 받은 이후 집중력 장애와 노인성 치매 등의 질환을 얻었으며 이에 따라 과거에 한 결정을 변덕스럽게 뒤집거나 아예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백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을 상대로 한 핵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충되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나타났다”며 “최근 일본의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최고 정책결정자인 김 위원장의 정신과 심리상태를 중요한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3] 외부 관심 커지자 “후계자 가만 놔두라” 경고

3대세습 비난여론 피할 목적… 김정일 승계때도 6년간 함구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영남이 북한의 핵심 엘리트 중 한 명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순진한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 부자의 3대 세습에 대한 국내외적인 비난 여론을 피하자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1974년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1980년 제6차 노동당대회까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일본 언론은 최근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운을 집중 취재하고 있다”며 “최근 한 일간지가 김정운의 이름이 ‘김정은’이라고 쓰인 내부 문서를 발굴해 보도하는 등 민감한 내용이 새나가자 김영남이 일본 언론을 상대로 ‘후계자를 좀 가만 놔두라’고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 김영남은 허수아비… 승계 시인할 위치 못돼

남주홍 교수는 또 “김영남의 처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같은 철저한 1인 독재국가에서 일개 엘리트가 최고지도자의 건강이나 후계자 문제를 사실대로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남이 명목상 북한을 대표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성역과 같은 후계문제를 말할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남은 지난해 9월 9일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김 위원장이 건강이상으로 불참한 다음 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문제는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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