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판자 껴안기’ 2라운드?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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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표와 내주 회동… 무슨 얘기 나눌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다음 주 중반에 만날 예정이어서 이번 회동이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 변화에 또 다른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의 특사로 최근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 전 대표의 방문성과 보고 형식으로 마련되는 자리다. 박 전 대표와 동행한 같은 당 안경률 유정복 김성태 김태원 의원 등도 참석하는 쪽으로 일정이 조율된다고 한다.》

靑 “특사 성과보고” 말 아끼지만
정운찬 영입 이은 ‘큰 정치’ 주목
朴, 정치개혁 소신 피력 가능성

그런데도 두 사람의 회동은 최근 당정청의 전면적인 인적개편이라는 변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갖가지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박 전 대표가 특사로 유럽에 나가 있는 동안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급’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각의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8일에는 역시 대권을 노리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차기 대권 구도와 관련해 박 전 대표 독주체제에 제2,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는 시점에 현 여권의 양대 주주이면서도 팽팽한 긴장 혹은 대립 관계를 유지해온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는 것이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신중한 태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유럽 방문성과를 보고하는 자리이고 단둘이 만나는 것도 아닌데…”라고 했다. 박 전 대표 측 이정현 의원도 “유럽에 함께 갔던 의원들과 같이 청와대에 들어가 보고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독대’가 이뤄질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독대 시간’을 만들 것인지, 독대를 할 경우 어떤 의제를 놓고 어떤 수준에서 대화를 나눌 것인지 등에 대해 양측은 “그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두 사람의 공개적인 단독 회동은 지난해 5월 10일이 마지막이었고 올 1월 말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 안가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이런 회동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엔 두 사람 간에 좀 더 깊은 대화가 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통과 화합의 중심’ 역할을 자임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은 현 정부에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정운찬 전 총장을 국무총리로 내정하는 등 부쩍 포용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소통과 화합, 포용의 끝은 박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 대통령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국정동참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표가 정치개혁에 관심이 높은 만큼 ‘정치 업그레이드’를 위한 방안을 놓고 대화를 나누며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런 노력을 통해 대선후보군을 적절히 관리하며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표 측 일각에서도 국정운영에 소극적인 태도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를 에워싸는 듯한 최근 권력의 흐름을 공세적으로 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재·보궐선거 공천 등 구체적인 당내 현안에 먼저 입을 열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정국의 큰 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전략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지만 양측 간에 ‘고공전(高空戰)’이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왔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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