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 DJ 유지, 9월 국회 문 열까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한나라 “고인의 뜻 이어야”
민주당서도 등원론 분분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가 지난달 22일 미디어관계법 처리 이후 얼어붙은 여야 관계를 녹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정치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의회주의 신봉자로서 원내 활동에 주력해온 DJ의 유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의사일정에 극적으로 합의해 국회가 정상궤도에 올라설지 주목된다.

○ 한나라당, “영결식 끝나면 국회로 돌아오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국회에 마련되고, 국회에서 영결식을 거행하기로 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의회주의자인 만큼 국회도 의회주의 기본 원칙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도 고인의 뜻을 받들어 영결식이 끝나면 국회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다음 날인 24일부터 민주당과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DJ 서거를 국민화합과 통합의 기회로 되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국회 등원은 시기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처럼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 등 여러 전제 조건을 내세울 것이라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셈법 복잡한 민주당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 국회 정상화를 논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쟁이 될 수 있어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등원론에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 국회 등원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DJ 서거를 계기로 등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J는 서거 두 달 전인 6월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은 원내에서 싸우라고 국민이 뽑아준 것”이라며 “야당을 하면서 등원하지 않고 성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재선 의원은 “국장 후에도 등원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DJ가 좋은 등원의 계기를 만들어 줬는데, 이 기회를 놓치고 또 거리로 나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DJ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이 최근 정책위의장으로 당 지도부에 편입된 것도 등원 논의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박 의원은 정책위의장 인선 직후 “야당의 강력한 투쟁장소는 국회다. 내 소신은 원내투쟁이 우선이고 때론 내부비판도 하겠다”고 말했다.

○ 과제 떠안은 정치권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여야 간 대화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DJ 서거 이후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사회적인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한편 남북문제 해법을 놓고 초당적으로 뜻을 모으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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