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여야는 23일에도 전날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을 표결 처리할 당시 논란이 됐던 재투표의 효력과 대리투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으며 방송법 표결 당시 사회를 보던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재적의원 과반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가 다시 표결을 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결된 안건을 다시 표결한 것이 아니어서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투표를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 “투표 방해” vs “대리투표”
민주당은 표결 당시 이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본회의에 불참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기록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이 부의장이 의장석에서 찬성 투표한 것이 잘못 표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회의장 상황이 혼란스러워 의장석의 표결 시스템을 김 의장 대신 이 부의장의 것으로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을 차지하고 반대표를 눌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김성식 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달리 기권으로 처리된 것은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석으로 가 반대 버튼을 누르거나 찬성 버튼을 취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3일 인터넷상에는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이 옆자리의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을 대신해 투표하는 듯한 모습의 동영상이 유포됐다. 이에 대해 두 의원은 “편집에 의한 허위 동영상”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재투표에 대해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1948년 제헌국회 때도 표결 실수 후 불성립을 선포하고 다시 표결 처리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선례는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 6명이 대리투표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민주당은 23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지금까지 국회 표결 절차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표결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사례는 없었다.
2005년 12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직권상정해 처리하자 한나라당은 표결 절차를 문제 삼고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지난해 4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하는 헌재로서는 국회 회의록에 의존해야 하는데 회의록상 대리투표 의혹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는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곳인데 헌재가 법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투표의 효력에 대한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김갑배 변호사는 “국회는 아니지만 조합 같은 경우 과반수 출석을 하지 않으면 그 표결 결과를 부결로 보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교창 변호사는 “성원 미달로 결의가 안 되면 없었던 것과 똑같다”며 “(재투표가) 법률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해석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