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부대시찰때 주는 선물로 침입자 경계-격퇴하라는 의미
노동신문 6월 15일 게재 사진은 ‘4월 사진’ 포토샵으로 조작한 듯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로 군부대를 시찰한 뒤 수백 명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 이른바 ‘집체사진’이 자주 실린다. 맨 앞줄 정중앙의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가까이 함께 찍는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이 집체사진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 쌍안경과 소총이 사라졌다
그동안 군부대 시찰 집체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과 바로 뒤에 선 병사가 각각 쌍안경과 은빛 소총을 들고 있었다. 쌍안경과 소총은 김 위원장이 중대급 부대에 주는 선물로 침입자를 경계하고 격퇴하라는 격려의 표시다. 공군부대나 비전투부대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소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노동신문에 게재된 20여 차례의 군부대 집체사진에서는 두 소품이 사라졌다. 쌍안경과 소총이 등장하는 사진은 지난해 8월 11일(왼쪽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환자에겐 결코 가볍지 않을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의식이 생략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 집체사진을 합성해 이중 게재
6월 15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보병7사단 지휘부’ 방문 사진은 4월 27일에 실린 ‘제851군부대 지휘부’ 방문 사진과 같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군인 수백 명의 배치와 포즈, 그리고 시선까지 일치한다. 맨 앞줄 인물들의 위치와 간격만 바뀌었을 뿐 같은 사진이다. 관련 기사에는 두 부대 모두 6·25전쟁 때 공화국 영웅 24명을 배출했다는 내용이 있다.
군중 속에 존재하는 김 위원장을 확인시키기 위해 노동신문이 포토샵 등 사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고 권력자가 등장하는 ‘1호 사진’은 연출은 하되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관행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금기마저 허문 셈이다.
○ 김정일 빠진 집체사진도
2월 28일 노동신문 1면에는 제4차 전국선동원대회 참가자들이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를 배경으로 촬영한 기념사진이 실렸다. 900여 명이 등장한 대규모 기념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이 아니었다. 앞줄 중앙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김 위원장 이외의 인물이 집체사진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김 위원장의 부재(不在)에 대비한 사전 포석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