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슈퍼노트 한국 밀반입 적발경위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위폐조직 부산서 5~10장씩 환전 시도

“단일 규모론 세계최대 슈퍼노트 사건”

북한 오극렬 대장 일가가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슈퍼 노트’ 위조지폐 제작과 관련한 한미 공조 수사는 경찰의 첩보에서 시작됐다. 미화 100달러짜리 위폐 100장이 부산의 암달러 시장에 나왔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공조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적발 경위=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의 미화 100달러 위폐 조직 적발 수사에서 비롯됐다. 암달러상 A 씨는 지난해 11월 3일 처음 보는 김모 씨(47) 등 4명에게서 “위폐가 좀 있는데 값을 얼마나 쳐줄 수 있나”라는 부탁을 받았다. 수상하다고 생각한 A 씨는 부산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형사들을 암달러상으로 위장시켜 김 씨 등과 협상해 100달러를 50달러에 사주기로 한 뒤 약속 장소인 부산 N관광호텔에서 모두 체포했다.

김 씨 등이 중국 판매총책 박모 씨(55)를 통해 보관하고 있던 미화 100달러짜리 위폐는 9904장으로 당시 한화 기준으로 13억2800만 원가량 된다. 경찰 관계자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의 100달러짜리 위폐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위폐의 환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국의 암달러상에게 위폐 5∼10장씩을 환전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압수한 위폐는 숨은 그림과 미세문자 등이 정교하고, 햇빛에 비추면 색이 변하는 등 식별이 거의 불가능했다. 경찰이 위폐를 일부 시중은행의 위폐 감식기에 투입해본 결과 진짜로 판명될 정도였다. 중국 판매총책 박 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김 씨 등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수사 상황=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미국 검찰과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검찰국(Secret Service·SS) 워싱턴본부 및 하와이지부 요원들이 3월 이후 부산지검, 부산지방경찰청을 몇 차례 방문해 수사 관련 서류를 가져갔다. 참고인 면담, 피의자 진술, 압수 위폐 확인은 물론 자체적으로 유통 경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SS는 미국 정부 내 위폐 조사, 비밀 첩보 및 요인 경호를 담당하는 기구다.

SS 요원들은 경찰에는 “보안 사항”이라고 알렸을 뿐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와 백악관에도 이 사건이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 형사사법 공조 요청 조약에 따라 미국이 주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미국 비밀검찰국 (USSS)

USSS는 국토안보부 산하기관으로 워싱턴DC에 본부가 있다. 국가 중요 정보를 수집하고 위폐 및 위조 서류를 단속하는 수사기관으로 대통령 및 외국 국가 원수방문 시 경호 임무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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