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고 편히 쉬소서”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례문 앞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후 운구행렬이 수많은 시민의 애도 속에 세종로를 지나 노제 장소인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30일 새벽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 안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前대통령 국민장 엄수… 서울광장 노제 18만명 애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國民葬) 영결식이 29일 오전 11시경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뜰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등 외교 사절, 유족인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 정연 씨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용훈 대법원장, 한승수 국무총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 정관계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28일 전립샘 수술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오전 5시경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국민장 장의위원회 주관으로 치러진 발인제를 마친 뒤 서울로 운구됐다. 오전 10시 58분 운구차량 행렬이 식장으로 들어서자 군악대는 조악 연주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송지헌 아나운서의 사회로 국민의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 고인 약력보고가 진행됐다.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의식이 뒤를 이었다. 영결식은 노 전 대통령 생존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 상영과 유족 및 고위인사 헌화, 국립합창단의 ‘상록수’ 합창에 이어 3군 조총대원의 조총 발사 의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영결식은 당초 예정보다 15분가량 긴 1시간 25분이 걸렸다.

이어 서울광장에서 거행된 노제(路祭)와 서울역까지 이어진 거리 운구행사에서는 경찰 추산 최대 18만 명(시민단체는 50만 명 추산)의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모자를 쓰거나 노란 풍선을 든 시민이 많아 이 일대는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였다.

노제가 끝난 뒤 수많은 추모객으로 인해 운구차량 이동이 지연되면서 노 전 대통령 시신은 당초 예정보다 약 3시간 늦은 오후 6시경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 도착해 화장됐다. 고인의 유해는 30일 새벽 고향인 봉하마을로 돌아온 뒤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안치됐다. 노 전 대통령은 향후 봉하마을 사저 인근에 조성되는 장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노제가 끝난 뒤에도 시민 7000여 명은 서울광장과 인근 도로에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촛불을 들고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조문객 110만 명이 봉하마을을 찾는 등 전국 309곳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약 500만 명이 조문했다고 추산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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