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대응 “中 빼고가자” “끌고가자” 논쟁중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중국을 버려라.” “아니다. 중국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 역할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협조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기존 중국 역할론에 맞서 “미적지근하게 현상 유지만 하려는 중국을 더는 북핵 해법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네오콘(신보수주의)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던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댄 블루멘털 미국기업연구소(AEI) 상임연구원과 26일 워싱턴포스트에 낸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일된 한반도를 이끌어내되,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중국에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데 맞춰져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중국이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고 물밑에서 북한은 협상력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경계심을 보였다. 이들은 “협상을 매듭지을 의욕이 전혀 없는 중간자(중국)를 두는 것보다 일본,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북한과 직접 상대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 고든 창 씨도 포브스지 기고에서 “중국의 대북 지원이 중단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중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조할 것인지, 북한을 계속 지원할 것인지 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태트 AEI 연구원은 “2004년 이후 중국의 대북 지원은 4배나 증가했다”며 “중국은 (지금) 두 얼굴을 갖고 게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북지원을 계속함으로써 국제 공조 압박의 김을 빼는 데 대한 좌절감은 진보 보수그룹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실망은 보수그룹에선 6자회담 무용론으로, 진보그룹에선 대중(對中)외교 노력 강화 요구로 연결되고 있다.
다수 의견은 “중국을 더 강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쪽이다. 더그 밴도 케이토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한발 물러나고 중국이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셰일라 스미스 외교협회 연구원은 “중국은 20억 달러로 추산되는 중국 내 북한 자산을 동결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도 26일 “중국은 2003년과 2006∼2007년에 대북 석유 공급을 끊었으며 2007년 금융제재 때도 협조했다”며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기존 정책을 재고(再考)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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