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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4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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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향후 정국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동적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극도로 말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특히 6월 임시국회에서는 일찌감치 여야 격돌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돌발적으로 발생한 노 대통령의 서거는 자칫 정국을 더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 사법 처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이로 인해 정치 세력이 결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국 향방 가를 민심은 어디로?
정국의 향배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동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야당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코너로 몰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여기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비롯한 친노 세력들이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비난하면서 대중 집회를 열 경우 파장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다음 달 노동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이 사건과 맞물리면 ‘제2의 촛불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은 6월 13일부터 이틀간 충북 충주시의 한 리조트에서 제10회 정기총회를 열기로 한 노사모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인 행보가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재임 시절 도덕성을 유달리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도덕성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론은 노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편이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는 “다수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겠지만 이런 기류가 반정부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의 ‘정치 보복’ 주장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6월 국회와 여야 관계
여야는 일단 숨을 죽인 상태다. 워낙 충격이 크고 예민한 사안이어서 섣불리 얘기하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문제는 6월 국회다. 한나라당은 새 지도부 선출 직후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위해 주요 쟁점 법안을 당초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새 지도부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쟁점법안 처리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면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거나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은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깊은 애도와 추모의 뜻을 표하면서 민심의 풍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3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을 조문한 당 지도부는 한 시민으로부터 “살아 있을 때 지켜주시지…”라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지도부회의에서는 모든 대화 창구를 대변인으로 한정하고 다른 지도부는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