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쇄신으로 가는 길 풀어야할 ‘5개 매듭’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재·보궐선거 참패를 놓고 여권 안팎에서 쇄신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권이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자칫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쇄신론의 핵심은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있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단합 여부로 모아진다. 지금과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마음을 터놓고 손잡지 않는 한 어떤 화합책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국정 운영 1년이 지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5일 박 전 대표가 방미 출국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과의 2월 회동 보도와 관련해 “잘못된 얘기가 나왔다”고 밝히는 등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은 양측 간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인사 혁신 문제는 친이계 내부에서 적극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타깃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에게로 모아진다. 당의 최대 실세로 꼽히는 이 전 부의장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고는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인사 혁신의 종착역은 이 전 부의장의 단계적인, 또는 급진적인 2선 후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부의장과 측근들의 정치적 과오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2선 후퇴를 거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전 부의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정치적 신임도 여전하다. 올초에도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에 인사 문제를 얘기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려면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선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해지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한나라당의 당 쇄신은 천막당사 시절의 자세로 돌아가자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된 지금은 야당 시절과 수평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야당일 때는 전면적인 체질 개선 구호를 외치고 이를 실행할 수 있지만 여당의 쇄신 작업은 국정 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지난 총선 때 중진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당과 청와대를 이을 마땅한 가교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또다시 대규모 인적 청산을 할 경우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을 쇄신의 계기로 삼자는 주장도 인물난과 계파 내 이해관계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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