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중동 행보 끝내고 세과시 나서나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의원 수행단 8명과 함께 5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및 지지자들의 환송을 받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의원 수행단 8명과 함께 5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및 지지자들의 환송을 받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訪美에 의원 8명 이례적 동행

“黨 쇄신안 내가 대표때 했던것… 실천이 중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 미국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민본21이 요구한) 쇄신안을 보니 원내정당화, 공천시스템 투명화, 상임위 중심 등 제가 대표 시절에 했던 내용”이라며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올 초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에 대해 “잘못된 얘기가 나와서 이해하기 힘들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1월 청와대에서 초청을 해주셔서 (이 대통령을) 뵌 것”이라며 “선거 이야기나 법안 이야기는 안 했고 외국과의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당 화합 차원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하자는 방안이 당 주류 측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데 대해선 미소를 지었을 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급변하는 세계 속의 한국과 미래’를 주제로 7일 특강을 하기 위해 5일 오후 출국했다. 그는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를 둘러보고 현지 기업인과 교포들과의 간담회도 가진 뒤 11일 귀국한다. 이번 방미(訪美)에는 친박 성향의 의원 8명이 함께한다. 박 전 대표의 외국 방문에 이처럼 많은 의원이 동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 직후인 5월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의원과 취재진의 동행을 사절하고 ‘나 홀로’ 비행기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동행을 희망한 꽤 많은 의원들 중 유정복(경기 김포) 이학재(인천 서-강화갑) 유재중(부산 수영) 서상기(대구 북을) 안홍준(경남 마산) 이진복(부산 동래) 이계진(강원 원주) 이정현 의원(호남 출신 비례대표)을 선택했다. 출신 지역을 골고루 분배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계파 수장(首長)’ 이미지를 경계해 왔다. 당내에 60명가량 되는 친박 의원이 있지만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을 제외하고는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이 드물었다. 가까운 인사들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의원들의 동행을 놓고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친박 의원과 접촉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세(勢) 불리기’라는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나 그의 행보는 차기 대선 출마와 떼어내서 생각하기 어렵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몸을 낮추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협력과 비판’의 길을 걷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듯하다. 4·29 재·보선에서 친박계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경북 경주에서 승리해 자신감을 얻은 박 전 대표가 방미 후 쇄신론이 제기된 여권의 개편 구도 속에서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한편 이날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박 전 대표와 동행하는 의원들 외에도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과 황우여 유승민 최구식 최경환 유기준 한선교 이성헌 이종혁 손범규,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을 비롯해 지지자 100여 명이 나왔다.

인천=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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