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태경]팔려가는 북녘딸 구하자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전 세계가 김정일 정권의 미사일 협박에 이목이 쏠려 있는 이 순간에도 북녘의 딸들은 단돈 몇십만 원에 중국 오지로 팔려간다. 이 슬픈 현실은 동아일보 3월 28일자 기사가 잘 증언한다. 북한 여성은 중국과 북한 인신매매단의 합작으로 중국에 팔려간다. 일단 팔리면 체포가 두려워 탈출도 못한다. 탈북 여성은 합법적 거류증이 없기 때문에 행여나 중국 공안에게 잡히는 날에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다. 북송되면 중국 놈이랑 놀아났다며 온갖 구타와 고문에 심지어 성폭행까지 당한다. 배 속에 아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중국인의 씨라고 강제 유산을 당하기도 한다.

中정부 거류증이나 국적 주도록

탈북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중 여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탈북자 가운데 여성이 훨씬 많은 이유는 북한에서 여성 차별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뿐만 아니라 김정일 정권은 여성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일과 자전거 타기도 금지할 정도로 전근대적이다. 북한 여성은 마치 한국의 1960년대 이전처럼 혹심한 남존여비 문화에서 살고 있다. 북한 여성들은 여전히 심각한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만약 김정일 정권이 북한 여성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토록 심각한 인신매매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탈북 여성 인신매매에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바로 중국 농촌의 여성 부족 현상이다. 중국이 급속히 산업화하면서 중국 농촌 여성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 때문에 중국 쪽에서도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활개를 친다.

탈북 여성 인신매매의 원인이야 어떻든 정작 중요한 점은 이 참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김정일 정권에 해법을 기대하는 일은 연목구어처럼 허황하다. 만약 북한 정부가 여성들의 국제결혼과 해외여행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탈북 여성 인신매매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철의 장막 속에서 쌓아온 위선의 권력은 그들의 체제가 흔들릴까 두려워 북한 주민들의 해외여행을 철저히 통제한다. 그러니 탈북과 인신매매가 횡행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지금도 밖으론 미사일 발사, 안으로는 3대 세습 운운할 정도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탈북 여성 문제 해결에 책임이 있다. 동시에 중국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이들 여성에게 합법적 거류증을 발급한다면 그들은 체포와 강제송환의 공포 없이 중국에서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 중국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경우는 아이의 엄마인 탈북 여성에게 중국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국적법은 중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경우 중국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물론 이 여성 중 한국으로 오고 싶은 경우가 있다면 응당 허용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도 전세계 호소를

그러나 중국 정부가 먼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압박하지 않는데 중국이 먼저 나설 리 만무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한국 여성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여성단체는 일제강점기의 군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이슈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한국 여성운동은 북한 여성과 중국 거주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줄곧 외면해 왔다. 탈북 여성 인권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가 영국과 미국에서는 발간된 적이 있다. 당사자인 한국 여성단체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여성운동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탈북 여성 문제도 우리 문제이며 그들의 운명은 일제강점기 군위안부와 마찬가지로 비참하고 심각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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