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97년대선 차떼기로 80억 주고받았다”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2분


강창희 전의원 회고록 출간

“자민련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지원유세 비용 등으로 국민회의에서 받은 돈은 총 80억 원 정도였다. 놀랍게도 그 돈은 모두 현금이었다.”

5선 의원을 지낸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30년 정치 인생을 담은 정치에세이 ‘열정의 시대’에서 1997년 ‘DJP 연합’으로 대선을 치를 당시의 ‘차떼기’ 비화를 소개했다.

강 전 의원은 29일 출간한 책에서 “그만한 현금을 받으려면 차떼기 외에 방법이 없었다. 내가 국민회의 측 사람과 만나 차 트렁크에 넣어 실어오곤 했다”면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차떼기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차떼기는 이미 그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는 국민회의 측 모 인사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해 대낮에 그 집에다 차를 대고 실어왔다. 여러 개의 더플백에 현금 10억 원을 넣어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주는데 차가 거의 주저앉을 정도로 무게가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 전 의원은 또 “그 돈은 모두 1만 원권 지폐였는데 전부 헌 돈이었고 은행 띠지가 아닌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며 “현금다발을 당 계좌에 입금하기 위해 은행으로 가져가 기계로 세어보니 액수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회의 측 인사를 실명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 “책에 나와 있는 대로만 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19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선대본부장이었던 민주당 김충조 의원은 29일 통화에서 “당시 당내에서 자민련에 선거자금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금을 건넨 사실과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줬을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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