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키 리졸브’ 핑계로 ‘南엔 협박 - 美와는 협상’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왜 하필 이때… 우리측 대응전략은

《북한은 9일 남북 군 당국 간 통신과 개성공단 인력의 왕래를 차단해 한국인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으면서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의 시작과 주변국들이 자신들의 ‘평화적 인공위성’을 요격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8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사실상 ‘3기 체제’를 출범시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갓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반도를 ‘전쟁 직전의 긴장상태’로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군부, 무슨 수 쓰든 美관심끌라 지시받아”

최고사령부 이례적 성명… ‘전쟁상태’ 강변

전문가 “한미일 공조강화-차분히 대응해야”


▽“한반도는 전쟁상태” 강변=9일 오전 2시 58분에 타전된 북한 군부의 메시지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이례적이다. 조선인민군의 전쟁을 지휘하는 최고사령부(사령관 김정일)와 작전을 수행하는 총참모부(총참모장 이영호)가 동시에 나섰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올해 1월 17일 TV에 출연한 이후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러나 대남 무력 협박을 위해 최고사령부가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고사령부 보도와 총참모부 성명이 전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은 ‘한반도는 지금 전쟁상태’라는 것. 최고사령부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해 “미제와 남조선 괴뢰군부 호전광들이 침략전쟁 연습을 벌여 놓고 있다가 동원된 방대한 병력과 최신식 타격 수단들의 방향을 바꾸어 공격에로 내몰기만 하면 그것은 곧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총참모부는 또 미국과 일본이 대포동2호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려 한다며 이 경우 ‘대응타격’에 따라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키 리졸브에 대해 “평양 점령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실전적인 훈련”이라고 주장하며 북한 군부를 거들었다.

그러나 이는 북한 측의 과장이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키 리졸브는 북한의 전면 도발을 상정한 연례적인 한미연합 방어훈련이므로 북측에 여러 차례 훈련 참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북측은 우리의 제의를 거절하고 참관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상태 핑계로 미국과 대화 유도=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상태’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고전적인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키 리졸브가 시작되고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나는 9일을 골랐다. 한미 간 대북 공조체제가 긴밀하게 작동하는 날을 선택해 대미, 대남용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끝내고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한동안 평온했던 개성공단을 볼모로 잡은 것은 체제의 내부 단결을 꾀하기 위한 택일로 보인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한 당국자들은 ‘지도부로부터 무슨 수를 쓰든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며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는 아직 전쟁상태이니 이 상태를 해결하려면 우리와 협상하자’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의 주공세 방향 전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월 중순까지 대남 공세에 집중하다 지난달 24일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준비 사실을 전례 없이 ‘예고’했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 한미 군사연습과 미사일 요격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

▽북한 의도 읽고 차분하게 대응해야=북한은 당분간 남한 정부의 개성공단 인력 귀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협상력 높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명백한 만큼 과민반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은 일단 군 통신 차단 기간을 키 리졸브 기간으로 한정하고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인과 근로자들의 통행을 앞으로 전면 차단한다는 주장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차분하게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한미동맹의 파기 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숙원인 이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한미일 등 주변국의 공조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못이기는 척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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