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는 2일 밤? 3일 새벽?… 여야 ‘잠 못드는 휴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출입통제 몸싸움27일 오후 국회사무처가 국회 본청에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자 민주당 등 야당 당직자들이 출입을 막는 국회 경위와 경찰을 몸으로 밀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유리문 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출입통제 몸싸움
27일 오후 국회사무처가 국회 본청에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자 민주당 등 야당 당직자들이 출입을 막는 국회 경위와 경찰을 몸으로 밀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유리문 뒤)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김형오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2일 직권상정을 통해 쟁점법안 일부를 처리하기로 결심함에 따라 여야 간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2월 국회 마지막 대결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민주당 본회의장 점거파행 되풀이 우려

Q: 본회의는 왜 취소됐고 언제 열리나.

A: 김 의장은 27일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한나라당이 본회의 취소를 요구한 것은 회의가 열릴 경우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본회의가 취소되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의장실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다음 본회의는 3월 2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다. 만약 민주당이 본회의를 저지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3월 2일 오후 늦게 또는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3일 새벽에 본회의를 열 가능성이 높다.

사무처 “민주 허가 안받고 집회 계획 탓”

Q: 국회 본청 출입 왜 막았나.

A: 국회경비대 소속 경찰은 국회사무처의 지시에 따라 27일 오후 1시부터 국회의원과 본청 상근 근무자 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본청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대해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오늘 오후 2시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계획한 규탄대회는 의장의 허가를 얻지 않아 국회청사관리규정 4조를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청 출입 통제는 지난해 12월 30일 김 의장이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등이 계속되자 질서 회복을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경 규탄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대와 10여 분간 몸싸움을 했다.

민생-경제 관련 12, 13개 법안 최우선

Q: 어떤 법안을 직권상정하나.

A: 김 의장은 26일 각 상임위에 “민생, 경제법안에 대한 심사를 완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법안을 직권상정한 뒤 표결에 부치려면 법안 1개에 최소 7∼8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법안 수를 늘릴 수가 없다. 김 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한국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산은법 개정안 및 정책금융공사법 제정안 등 정무위에 상정된 6개 법안과 지식경제위에 상정된 국가균형발전법 등 6, 7개 법안을 우선 직권상정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계법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경제법안인 만큼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아직까지 미디어 관계법의 직권상정에는 부정적인 편이다.

金의장 직권상정 조건 부분수정안 검토

Q: 여당이 미디어 관계법 중 방송법 수정안을 낼 가능성은….

A: 방송법에서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반대하고 있는 부분은 대기업과 신문사, 통신사에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지분 소유를 20%까지 허용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만약 김 의장이 미디어 관계법의 직권상정을 약속한다면 이 조항에서 20%를 10% 이하로 낮추거나 아예 이번 개정안에서는 지상파 방송사 관련 부분을 빼는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7일 “지상파 소유 지분 문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지만 10% 이하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기업 등의 지상파 진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일단 길을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리할 안건 많아 최대 2시간 소요 고심

Q: 한나라당은 어떻게 본회의에서 처리하나.

A: 한나라당은 일단 본회의장 문이 굳게 닫혀 있어 2일 회의가 열리기 전에 미리 점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로텐더홀을 우선 점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 곧바로 미리 짜인 조 편성에 따라 의장석 주변, 계단, 플로어 등을 나눠 사수대가 지키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처리할 안건이 많아질 경우 본회의 시간이 최대 2시간도 넘을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습 점거? 끌려 나오기? 막판 타협?

Q: 민주당의 대응은….

A: 민주당은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 저지에 필사적이지만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27일 소속 의원, 보좌진 및 당직자에 대해 다음 달 3일까지 비상대기령을 내렸고, 상당수 의원과 당직자는 점거 농성 중인 문방위 회의장 등 본청 곳곳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주말 새벽을 틈타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가 취소돼 국회 본회의장에 정상적으로 진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내 강경파는 지난해 12월 ‘입법전쟁’ 때처럼 본회의장 사전 점거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번 점거 농성 뒤 국회사무처가 본회의장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바꾸는 등 대비를 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편이다. 의원들이 직권상정을 저지하다가 끌려 나오거나 본회의장 앞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을 가로막는 방법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여야가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25일 미디어 관계법 상정 직전까지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 적지 않은 의견 접근을 봤다는 게 민주당의 얘기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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