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국회’ 오명벗기 분주해진 여야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자”고 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자”고 말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김형오 “모든 법안 상정을”… 민주 “MB법안 협조못해”

여야 대립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는 등 ‘일 안하는 국회’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12일 여야 정치권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본보 12일자 A1·3면 참조

‘노는 국회’ 열흘간 법안 상정 0건

‘노는 국회’…여야 이견 적은 경제법안마저 상임위서 ‘낮잠’

한나라당은 이날 당 지도부가 나서 “상임위원회를 정상화하자”고 야당에 촉구했다.

박희태 대표는 서울 마포구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 현장회의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놀고먹는 것”이라며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국회에는 놀고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며 “2월에 놀고먹기로 작정하고 야당 주도로 일을 안 하고 있는데 (경제가 위기 상황인 만큼) 국민이 야당을 질책해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당 일각에서는 대정부질문 기간인 13∼18일에도 상임위를 열 수 있도록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까지는 상임위 활동을 보류하겠다고 공언한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이른바 ‘MB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발언에서 “한나라당이 국회가 야당의 방해로 개점휴업 상태인 것처럼 말하고 ‘야당이 경제 살리기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MB악법 처리에 골몰하지 말고 경제나 살리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경제 관련 중점 추진 법안’을 이날 발표해 정책 정당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애썼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의 15개 중점 추진 법안은 모두 이념 법안이고 갈등 유발 법안이지만 민주당은 서민 생활과 관련된 민생경제 10개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0개 법안에는 △중소자영업자 등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서민용 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의 한시적 조세감면 △전월세 임대보증금 반환 보장을 위한 보험제 등이 포함돼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9명의 여야 상임위원장과 만나 “2월 국회에서 상임위가 중심이 돼 모든 법안을 상정한 뒤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또 “2월에도 상임위가 제대로 안 되면 3월에 국회를 열어 논의할 수도 있다”며 법안 상정과 토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상임위원장은 “원내지도부 중심으로 여야 협상이 이뤄지다 보니 상임위의 재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만나 “모든 법안을 상정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홍 원내대표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원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판단해서 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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