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한마디 ‘쓴소리 정치’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박근혜 前대표, 李정부 1년간 무슨 말 했나

쇠고기 파동 등 국정운영 관련 7차례 언급

“적절한 지적” “계산된 행동” 평가 엇갈려

“2월 국회가 시작되는데 쟁점 법안들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쟁점 법안은 정부 야당 국민 간 관점의 괴리가 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과의 오찬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MB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원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이 다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7차례 정도 언급했다. 모두 새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고, 주로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적절한 지적이었다는 긍정론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정 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확산되던 지난해 5월 초였다. 그는 정부를 향해 “재협상을 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문제는 쇠고기 협상 전후 정부의 자세와 태도다. 정부가 국민과 교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대 집회가 누그러지던 시점인 6월 말 박 전 대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쇠고기 고시를 결행한 것에 대해 “너무 급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과격 시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초선 의원은 “엄청난 폭력시위로 변질됐던 촛불집회가 2개월 동안 진행될 때는 말이 없다가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서니까 양비론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 전 대표는 10월 말엔 “경제를 살릴 묘약은 신뢰 회복이다. 경제는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인데 걱정이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안 되는데…”라며 정부의 경제팀을 비판했다.

이후 박 전 대표의 작심 발언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나왔다.

그는 11월 초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발표하자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먼저 내놓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해야 하는데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4대 강 정비사업을 두고 대운하의 우회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무렵인 12월에는 “정부가 발표하면서 운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니까 믿어야 한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고 하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정부 발표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해 대운하를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초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이 굉장히 안타깝다”고도 했다. 여야의 입법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사석에서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경찰의 진압에 대해 “그렇게 급한 일이었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4일 “박 전 대표의 발언만 나열하면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정리된다. 이 대통령에게는 정말 아픈 얘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일정 부분 국정에 책임이 있는 박 전 대표가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사안에 따라 지지를 해준다면 국정 운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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