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靑오찬 끝나자마자 파열음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靑관계자 “얼음 한번에 녹는건 아니다”

쟁점법안 처리 얼마나 협조할지 관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의 2일 오찬회동이 끝나자마자 친이와 친박 진영이 다시 노골적으로 다투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과 친이 직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3일 전에 없던 강경한 발언들을 각각 쏟아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앞으로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 임기 1년 동안은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일절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해왔는데 이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왜 비협조적이냐’고 비판해왔다”며 친이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의 발언은 집권 2년차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친박계가 ‘제 목소리’를 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앞두고 여권 내 지각 변동에 대응하려면 지금부터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다른 의원은 “김 의원 개인의 정치행위”라며 “박근혜 전 대표는 전면에 나설 일도 없고, 친박 진영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원치도 않는다”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이 정권을 바라보거나 반대만 하면서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됐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공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권이 실패하면 다음 보수정권은 없다”며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차기 주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그가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에 대해 공 최고위원은 “특정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인 얘기”라면서도 “해석을 그렇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극구 부인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당청 소통과 당내 화합을 다짐한 청와대 오찬회동 직후 나온 공 최고위원의 언급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친이 직계의 한 의원은 “공 최고위원 개인의 생각”이라며 “이해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각 계파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서로 날을 세우며 당내 갈등을 재점화하는 것처럼 비쳐 아쉽다”며 “결코 정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파 간 갈등 문제는 쟁점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친박 진영은 겉으로는 법안 처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지도부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와대가 전날 오찬회동을 두고 “얼음이 녹아가는 해빙기”라고 강조한 것도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미리 진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해빙기가 올 때 얼음이 한번에 녹는 게 아니다”면서 “녹는 과정에 살얼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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