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지도부 책임” vs “이제와 딴소리”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모임 ‘함께 내일로’의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7일 사실상 홍준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모임 ‘함께 내일로’의 공동대표인 심재철 의원이 7일 사실상 홍준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7일 박희태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7일 박희태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 임시국회 ‘협상 책임론’ 내홍

친이, 화합형 지도부로 국정 뒷받침 한계 판단

洪원내대표 “진퇴는 내가 결정”… 친박은 관망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쟁점법안 처리 합의 후 내부에서 ‘협상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7일 이명박 대통령 계열인 주류 측은 협상을 주도한 홍준표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주류 측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이날 지도부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것도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차명진 대변인은 친이 측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사표까지 던지며 배수진을 쳤다.

주류 측이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는 것은 지난 1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많다.

주류 측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의식해 ‘화합형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심점을 잃고 무능한 거여(巨與)로 전락했다”며 후회하고 있다. 그 바람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했고 친이 내부 갈등까지 불러왔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 불신임 논의는 공성진 최고위원이 주도해 지난주 결성한 ‘당내 연구모임 연석회의’에서 본격화됐다. 이들은 2일 조찬 모임에서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공론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지난해 말까지 쟁점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의식해 약속을 어겼다.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두 차례 조찬 모임을 더 열어 구체적인 행동 방침을 마련했고 그 첫 작품이 ‘함께 내일로’의 성명 발표였다.

주류 측은 홍 원내대표 후임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안상수 의원을 꼽고 있다. 이미 안 의원에게 이런 뜻을 전했다. 또 4선의 정의화 의원도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일각에선 “온화한 성품의 정 의원으로 야당과의 ‘입법 전쟁 2라운드’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원내대표가 바뀔 경우 정책위와 원내부대표단의 교체 여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정작 홍 원내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진퇴는 내가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 “협상만 타결되면 물러난다”는 말을 수시로 했지만 ‘밀려서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홍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최고위원회가 협상안에 대해 ‘최선을 다한 안’이라며 추인했고 의원총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느냐”며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마무리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 원내대표의 태도는 입각설과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그에게 ‘중도 하차’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박희태 대표는 “한참 일하고 있는 때에 어떻게 그만두라고 하느냐”며 홍 원내대표를 감쌌다. 당 일각에서는 “박 대표에 대한 주류 측의 기류를 감안할 때 박 대표의 발언이 확전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 당선에 힘을 보탰던 이상득 의원의 개입 여부도 사태 해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 측과 갈등 조짐을 보이는 친박 진영은 현재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지만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친박 진영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차명진 대변인 사퇴 왜

▼“폭력에 맞서는데 왜 싸우냐며 김 빼”

한나라당 내 협상 온건파 직접 겨냥

일 대변인 직을 전격 사퇴한 한나라당 차명진(사진) 의원은 ‘법안 전쟁’을 치르는 여야 대치 과정에서 직설적이고 격정적인 표현으로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끌려 다닌 원내지도부의 협상 과정과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그는 6일 협상 타결을 앞두고 발표한 논평에서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좌파가 더는 방송 채널을 독점할 수 없게 되고 좌파 방송이 탄핵, BBK, 미국 쇠고기 파동 때처럼 거짓 선동을 일삼을 수 없게 된다”며 미디어 관계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해제하자 “어제까지 총질을 해대던 테러범이 오늘 세계 평화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폭력 좌파다”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차 대변인은 사퇴 성명에서 “믿었던 국회의장은 여야가 모양 좋게 합의해 올 것을 주문하며 중립을 선언했고 당내에서조차 좋게 합의하면 될 것을 왜 싸우느냐며 맥 빠지는 훈수가 나왔다”고 협상 온건파를 겨냥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핵심 측근이자 ‘친(親)이명박계’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해온 그는 지난해 말부터 주변에 당 지도부가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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